일종의 가설이다.

처음에는 뿌리파리를 박멸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인체에 무해하지만 뿌리파리에게는 쥐약이라는 제충국을 사서 양액에 마구 뿌려보기도 하고, 제충국 고형을 사서 여기저기 놓아두기도 하였다. 뿌리파리가 날라와 붙는다는 끈끈이 설치는 물론이었다.

하지만 곧 뿌리파리의 박멸은 아주 힘든 일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뿌리파리는 아주 끈질기게 살아남는 녀석이라는 사실. 그래서 뿌리파리는 없앨 수 없구나 하며 자포자기 상태로 동거를 용납할 수밖에 없었다.

뿌리파리는 여기저기 날아다니다가, 뿌리 근처에 알을 낳는다. 알에서 깨어난 뿌리파리 애벌레는 뿌리를 먹으면서 어른 뿌리파리로 자란다. 그런데 보니까 주로 죽은 뿌리를 많이 먹는 것 같다.

살아있는 채소의 뿌리보다는 죽은 채소의 뿌리가 더 마음에 든다면, 일종의 공생관계가 가능한 것도 아닐까 하는 추측성 가설을 세울 수 있었다. 뿌리파리 애벌레는 죽은 뿌리를 냠냠 먹고 배설을 한다. 유충의 배설물 속에 있는 영양분은 다시 식물이 흡수하는 것이다.

즉, 끈끈이 등을 이용해서 뿌리파리가 적정 개체를 유지시킬 수 있다면, 뿌리파리의 존재가 식물에게 유리할 수도 있다는 거다. 물론 이런 가설을 입증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그런데 신기하게 뿌리파리가 열심히 자란 양액에는 양액 영양제를 많이 안주거나, 거의 안줘도 채소들이 잘 자라는 모습을 볼 수가 있다. 뭔가 영향이 있기는 있다는 것.

농진청 같은데서 한번 살펴봐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