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시 준비를 할때도 펜 때문에 고민을 많이 했다. 수많은 펜들 중 과연 어떤 펜을 선택할 것인가.

비싼펜, 싼펜, 유명한 펜, 가는 펜, 두꺼운 펜, 만년필까지 여러 펜들을 사용하고 나서

수험장에 들고 들어간 건, 모나미에서 나온 플러스펜.

한번에 한다스씩 샀고, 시험을 칠때는 10자루씩 들고 들어갔다.

가격도 저렴하고, 가볍고, 튼튼하고, 부담없다.

하지만, 처음엔 가늘다가 쓸수록 뭉개지고, 땀이나 수분에 잘 번진다.

영구적인 기록에는 부적절한 부분이 있다.

 

만년필도, 라미 걸 선물받아 쓰다가 도저히 못쓸물건이라고 생각되던 중, 와이프가 워터맨 사의 만년필을 선물해준 후 만년필도 잘 관리하면 쓸만하구나 생각을 바꿨다. 하지만 너무 튀어서 일상적인 회의용으로 쓰기에는 부담스럽다.

 

보통 회의에 들어가면, 기본 필기구로 제공하는 건 역시 플러스펜. 그러다 최근 회의에 들어갔는데, 거기서 뚱뚱하고 좀 못생겨보이는, 반투명 플라스틱 부분이 있는 좀 싸구려처럼 느껴지는 펜이 덩그러니 놓여있다.

이건 뭔가 싶어서 집어서 쓴 순간, 나는 알았다.

 

나는 평생 이 펜을 만나기만을 기다려왔다는 것을.

딱 적절하게 길이 든 플러스펜 느낌이면서, 플러스펜 처럼 뭉개지지 않는다. 4면 중 어느 부분으로 쓰냐에 따라 약간씩 다른 필기 느낌이 있다. 잉크도 그렇게 쉽게 번질 것 같지 않다.

이건, 플러스펜의 단점을 극복하고, 장점을 모아놓은 완벽한 필기도구다.

이 펜을 구하기 위해 여기저기 돌아다녀 봤는데, 다이소에서는 팔지 않고,

오피스디포에 갔더니 있다.

가격은 만원. 헐... 가격이 비싼게 단점이구나.

빨강, 파랑, 검정이 있다. 심도 3,000원에 따로 판다.

 

세개를 집어왔다.

 

일본 펜텔 사의 제품이고, 이름은 '트라디오 Tradio Stylo TRJ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