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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연예/가십

영화, 스포일러 | 기생충, 봉준호

by 라키 posted Jun 02,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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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종려상 수상에 빛나는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을 보았다.


감독은 우리는 왜 부자가 되기 위해 달려가는지를 묻는다. 거짓도, 살인도 마다하지 않는 우리들의 모습을 그린다. 아빠를 구하기 위해서? 좋은 집에서 좋은 술을 마시려고? 통창 너머 마당의 풍경을 보려고? 고급 문화를 자연스럽게 즐기기 위해서? 애들을 끔찍하게 위하며 키우려고? 캠핑도 가고, 파티도 하기 위해서?


'부'와 '쾌락'을 위해서라면 죄책감도 없고, 거짓으로 계략를 꾸며 다른 사람을 어려움에 빠뜨리는 일도 마다하지 않는다. 적당, 적당하게 도덕과 가치관이 실종된 시대,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난 이걸 위조나 범죄라고 생각안해. 내년에 갈꺼니까'라는 명문대학 재학증명서를 위조한 아들의 말에 너무나도 자랑스럽다는 아빠.


범죄를 교묘하게 자기합리화하는 주인공들이다. 비극은 늘 그 언저리에서 시작하는 법이니까.


스토리는 단순하다.


잘 믿고 잘 속고 애들한테 끔찍한, 딸 아들 있는 부잣집(박사장-연교 부부)에,

몇번 사업을 말아먹어 가난할대로 가난하게 사는 한 가족이 학벌을 속이고, 적당히 유투브 검색한 정보로 포장해 영어과외교사(기우)로, 미술치료사(기정)로, 베터랑 운전기사(기택)로, 가정부(충숙)로 들어간다.

이런 저런 작업을 해서 전 운전기사도, 전 가정부도 쫓아내고 말이다.


결국, 사채업자에게 쫓긴 전 가정부의 남편이 부잣집 비밀 지하실에서 살고 있었던 것이 드러나고,

몸싸움 끝에 우연히 전 가정부를 살해하게 되고,

부잣집 둘째 생일 파티날 가정부 남편이 미쳐서 칼을 들고 난동을 부리다 기정을 죽이고, 충숙이 찌른 바베큐 꼬치에 옆구리가 찔려 죽는다. 그 난리 와중에 기택이 던진 차키가 가정부 남편 밑에 깔리자 냄새를 못참아 하며 시체를 뒤집는 모습을 보고 불현듯 칼로 가슴을 찔러 살해한다.

기택은 도망가려다 지하실에 숨어지내고, 기우와 충숙은 사문서위조, 상해치사 등등으로 재판을 받고 집행유예로 풀려난다.

기우는 꼭 부자가 되어 그 집을 살 것이라는 다짐을 하며 영화는 끝이 난다.


스토리 상 몇가지 아쉬운 점,


1. 기택이 갑자기 박사장을 죽이지만, 설득력이 다소 떨어진다. 기택의 폭력 습벽을 좀더 가미하거나, 박사장의 혐오스러운 모습을 더 삽입한다면 설득력이 좀더 높아지지 않았을까.

2. 기우는 전 가정부와 그 남편을 돌로 쳐 죽이려고 내려간다. 그런데 혼자 내려간 것이 실수. 그 동안 열심히 계획 잘 세우던 친구가 왜 독단적으로 그런 행동을 했는지. 돌이 자꾸 자기에게 붙는다며 다크서클을 크게 그렸지만 그 정도로는 아무래도 다소 갑작스럽다.

3. 가정부 남편은 갑자기 미쳐 흉기 난동을 부리는데, 우유를 젖병에 먹는다던지 비정상적 행동들을 설정해놓긴 했지만 좀더 그럴만한 낌새를 주었으면 좋았을 듯

4. 기정의 욕심이 과했다. 첫날 바로 젊은 운전기사 해고를 위한 작업을 거는데 아빠 취직자리라 해도 전개가 좀 급하고, 그 이유가 모호하다. 기생 욕망이 증폭된 그 지점이 결국 살해되는 것의 모티브가 된다 보았을까.

5. 기택, 충숙도 저 정도 실력이면 어디 운전기사라도 할 수 있고, 괜찮은 식당에 취직해도 주방이모로 대접받겠던데, 애들도 말빨로 어디 밀릴 것 같지 않아 학교만 잘 나오면 괜찮을 것 같은데, 굳이 쉽게 쉽게 가고 싶은 그 마음. 쉽게 가면 잘하는데 어렵게 하는 건 하고 싶지 않다는 걸까.


아무튼 상받은 것 치고 재미있는 영화. 봉준호 감독이 살인의 추억 때처럼 힘을 많이 빼고 찍은 듯.

부잣집 사람들을 기본적으로 선하게, 구김살 없이 그리려고 했던 것도 흥미로운 부분이고,

마약 달라던 조여정 분의 비노출 정사신도 오히려 과감했다. 

짜파구리 먹는 장면이며, 문화를 자연스럽게 즐기는 모습을 보는 사람들에 대한 기우의 이질감 표현도 괜찮았고,

대화를 롱샷으로 찍느라 고생많이 했겠다 싶고, 기정의 역류하는 변기 위에서의 흡연 씬은 명장면!


연기, 특히 부잣집 젊은 아내 역의 조여정 분, 전 가정부 역의 이정은 분의 연기가 압권. 대박.


상도, 재미도 잡은 보기 드문 작품이었다.


우리 부부도 영화를 본 후 집으로 돌아와 소고기를 넣은 짜빠구리를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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