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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핑 그리고 마음

by 맘씨 posted Oct 06,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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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추석연휴가 마무리되던 끝물의 주말에 경기도 양평으로 1박 2일의 캠핑을 다녀왔다. 연휴 기간이었던지라 서울 근교 캠핑장 예약은 그 어떤 때보다도 빡빡하고 어려웠다. 여러 시도끝에 겨우 두 자리를 잡는데에 성공했고, 우리 식구 및 록오라버니 진선언니 내외와 함께 양평의 캠핑장으로 향했다.

가는 길의 차가 너무 많이 밀렸고 날씨는 구름이 잔뜩 껴 흐린 기운이 물씬했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축복처럼 쏟아지던 가을 햇볕은 거의 느껴지질 않았고, 당장이라도 비가 쏟아진대도 이상하지 않은 그런 날이었다. 장장 세 시간을 막히다 뚫리다를 반복한 끝에 캠핑장에 도착했다. 그런데, 입구부터가 조금 쌔한 분위기다.

예약할 때부터 이 곳이 팬션과 캠핑장을 같이 운영하는 곳임은 알고 있었고, 겉보기에 그럴싸하던 팬션 웹사이트엔 계곡물이 옆으로 흐르는 소박하고 고즈넉한 소규모의 캠핑장으로 묘사되어 있었다. 그런데 도착해 본 이 곳, 입구는 너무 작고 사이트들은 심하게 다닥다닥 붙어있다. 주차공간도 없어서 오토캠핑이란 말이 무색하게끔 차들은 멀찍이 떨어진 팬션 주차장에 세워놓아야 한단다. 

우리 자리에는 심지어 누군가가 차를 두 대나 세워놓고 있어서 주인장 아주머니를 불러와야 했는데, 워낙에 협소한 공간인지라 차를 빼고 넣고 옮기고 하는 자체가 우왕좌왕 혼란하기 그지없었다. 우리의 타프가 큰 편이라 넓은 공간이 필요했고 예약시에도 분명히 이야기를 했었는데, 아주머니는 이 두 자리 정도면 넓은 것이라며 선심이라도 쓰듯 당당했다. 정 좁은 거 같으면 저어기 바위 바로 밑에 넓게 자리를 잡아도 된다며 가르킨 곳은 정식 사이트도 아닌데다 돌이 떨어지면 어쩌나 싶을 정도로 위험해 보였다. 

이쯤되니 황당함을 넘어 슬며시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어쩌자고 나는 이런 돗대기시장 같은 캠핑장을 예약했는가 하는 자책과 후회의 마음도 밀려온다. 남편도 당황스러운 마음이 컸는지 "여기 비용 좀 환불받아야 하겠네" 하면서 짐을 하나둘 씩 내리기 시작했다. 

가뜩이나 좁은데 텐트는 어디까지만 쳐야 한다는 둥 짐을 어디까지 놓아야 한다는 둥 잔소리를 하는 아주머니께, 진선언니가 "다른 사람들 친 데까지만 치면 되는 거 아니예요." 하고 시원하게 한 마디를 날린다. 마음이 좀 후련해진다. 남편은 열심히 아이들과 타프를 치고, 록오빠 내외도 짐을 모두 내려 하나둘 씩 사이트를 구축하기 시작한다. 잠시 멍하던 나도 텐트를 만들고 테이블을 조립하며 노동에 집중한다.

완성된 타프가 제법 널찍하고 공간 활용이 잘 되게 배치됐다. 중간의 커다란 소나무 때문에 걱정이 많았다가 절묘하게 잘 쳐진 타프 덕분에 여기저기 안심과 기쁨의 환호성이 터져나온다. 타프 밑으로 두 동의 텐트와 메인 테이블 및 보조 테이블에 화로대까지 구축이 되니 처음 생각보다 많이 좁지 않은 우리의 사이트가 되었다. 이제서야 계곡 물소리가 귀에 들어오고, 주변의 잘 생긴 소나무들에도 눈길이 간다.

둘러앉아 시원한 맥주 한 잔씩을 나눈다. 모두의 공통된 첫 화제는 처음 이 곳에 들어와서 느낀 당황스러움, 어찌할 바 모르던 마음, 과연 여기서 캠핑을 잘할 수 있을까 하는 우려에 대한 것들이다. 노동 후 편히 앉아 쉬며 주변을 돌아보니 뭐 그런대로 그럭저럭이고, 계곡소리와 야영장의 조경은 분위기를 더 살아나게 해준다. 돌이 떨어질까 걱정스럽던 앞의 바위벽도 왜인지 운치가 있게 느껴지고 병풍처럼 멋져 보이기까지 하다. 

첫 마음과 이후의 마음이 이렇게 달라진다. 불과 한 시간 전까지도 실망스럽고 어이없던 심정은 이제 안심되고 즐겁고 편안한 심정으로 바뀌었다. "난 자리에 딱 앉자마자 모든 기분이 다 풀리고 좋아졌어" 라며 환히 웃는 언니의 밝은 에너지도 더없이 좋다. 야외에서 좋은 사람들과 마시는 한잔 술과 격의없는 대화들은 기분을 더욱 업시켜준다. 어스름이 내릴 때쯤 화롯대에 장작불을 활활 피워 캠핑장 분위기를 물씬 내본다. 기대하던 그림의 추석 야영이 얼추 되었다.

사람 마음이 이렇게나 단순하다. 작은 것에도 쉽게 스트레스 받고 화가 난다. 그러다가 또 사소한 것에 또 금세 풀어지고 기쁘고 행복해진다. 부정적인 마음과 긍정적인 마음이 의외로 한끗 차이인 것 같기도 하다. 모든 일이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말, 마음은 다스리는대로 흘러간다는 말이 사뭇 이해되는 시간이다. 

앞으로 내 마음과 감정을 잘 직면하고 들여다보며 헤아려야겠다고 다짐한다. 그리고 보다 더 나은 쪽으로, 불평보다는 감사로, 부정보다는 긍정의 방향으로 마음먹기와 마음다스리기를 하겠다고 결심해 본다. 내 마음을 내가 잘 갖고 사는 것처럼 중요한 건 없지 싶다. 이번의 추석 캠핑 덕분에 또 한번 이렇게 귀한 깨달음을 얻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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