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의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인가? 나름대로 정치 선진국으로 생각되던 미국에서 트럼프의 당선은 전 세계에 큰 충격을 가져왔다. 다소간 논란은 있지만 미국과 반대편에 선 국가들을 제외하고 그동안 미국의 세계의 경찰 역할을 해왔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이견이 많지 않은 편이다. 자유무역과 자유민주주의라는 나름의 가치를 가진 세계 질서를 유지하고, 그러한 국가를 보호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여 온 것도 사실이다.

 

그러던 미국이 갑자기 더이상 세계 질서를 지키는데 미국의 돈을 쓰지 않겠다며 미국 고립주의를 공공연하게 주장하는 트럼프를 대통령으로 선택했다. 앞으로 세계 정치는 어떤 식으로 진행될 것인가. 미국의 유권자들이 미국이 자유주의 질서체제의 유지로 얻은 이익을 제대로 판단하고 평가할 수 있을까? 단순히 자신에게 손해가 되는 것 같다는 느낌으로 미국의 향후 세계 정책을 좌우하는 일이 당연한 것일까.

 

사피엔스의 작가 유발 하라리도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다. '20세기 성공적으로 작동하던 민주주의가 인류에게 닥친 난제들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 주된 원인으로 '과학기술의 발전'을 든다. '트럼프 정권의 탄생은 단순한 포퓰리즘이 아니다...사람들은 주위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든 나는 잘 알지도 못하고 내 존재는 사회와 무관해지고 있구나 하고 깨닫기 시작했다...그 결과 엘리트층을 향한 맹렬한 반발로 이어졌다...트럼프도 도대체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또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지 못한다...21세기에 부합하는 적절한 정치 구조를 아직 찾지 못했다'고 말한다.

 

현 시대에 일어나고 있는 일들은 복합적이다. 사회 변화는 급속도로 일어나고 있어 앞으로 어떤 일들이 일어나게 될 지 예측하기 어렵다. 사회보험의 재정 고갈이 급속하게 일어난다. 불안함으로 장기적인 자원이 소모되는 결혼이나 양육에 에너지를 쏟으려는 마음을 먹기 힘들어진다. 당장 돈을 준다, 복지를 확대하겠다는 정치세력에 인기가 몰린다.

 

민주주의가 이런 다양한 변화 속에서 포퓰리즘에 의해 침식당하고 있다.

 

우리가 당연히 옳다고 생각해오던 것들부터 하나하나 재점검을 해야할 변곡점이 다가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