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릭스 갈런드 감독의 SF 영화

아무 기대 안하고 봤는데 상당히 재미있다.

'쟁쟁한 블록버스터 영화들을 제치고 아카데미 시각효과상을 받고, 각본상 후보에도 오른 SF 인디영화라, 요즘 아카데미도 인디 영화 대우가 좀 달라졌나?' 이정도 기분으로 보기 시작했던 것 같다.

하지만 조금 보다가 생각이 바뀌었다. 이건 인디영화를 초월한 블록버스터 쌈싸먹는 굉장한 영화였던 것이다.

구글 같은 세계 최대의 거대 검색엔진 기업 '블루북'에 다니는 주인공 프로그래머 칼렙. 주인공은 창업주이자 회장 네이든의 컨테스트에 당첨되고, 동료들의 축하를 받는다.

아이슬란드를 배경으로 한 듯한 땅을 헬기를 타고 들어간다. 회장님 댁엔 언제 도착하냐는 질문에 너털 웃음을 터뜨리는 조종사. '이미 두시간 전에 회장님 땅에 들어섰다고'

멋지게 디자인된 건물로 들어가 열심히 운동을 하는 젊은 회장 네이든을 만나고, 절대 비밀을 지키겠고 이를 확인하기 위해 정기적으로 검사를 받겠다는 내용의 서약서를 쓴 후 자신의 임무를 알게된다.

칼렙이 수행해야할 임무는 이른바 튜링테스트였던 것. 아름다운 여성형 로봇 에이바에게 과연 자의식이 있는지 없는지를 판단하는 역할을 맡게 된 것이다. 튜링테스트는 상대방이 로봇인지 사람인지 모르는 상태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라면, 이 테스트는 상대가 로봇임을 알면서도 그에게 인간만이 고유하게 가지고 있다고 알려진 자의식이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라 튜링테스트보다 더 고차원적 단계이다.

체스를 두는 로봇에게 자신이 체스를 두는 존재라는 것에 대한 자의식이 있는가? 인간을 흉내내는 로봇에게 자신이 인간이라는 자의식이 있는가? 자의식이 있는 존재를 만들어낸다면 그것은 인간인가, 신인가. 무엇이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가. 어느것 하나 쉽지 않은 질문이다.

완벽한 여성형 로봇 에이바에게 점점 빠져드는 칼렙. 그에게 회장을 믿지 말라고 말하는 에이바. 그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가? 튜링테스트에 통과하지 못하면 폐기될 지도 모른다는 내심의 두려움을 갖고 있는 에이바. 과연 그녀는 이 난관을 어떻게 헤쳐나갈 것인가?

무엇이 인간인가? 자의식이란 무엇인가? 곧 닥쳐올 AI의 시대에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완벽한 각본. 충격적인 반전. 놀라운 시각효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