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아이와 저녁 먹다가 대화.

 

아이 Q> 군인이 군인 말고 다른 사람을 죽이는 경우도 있어?

나 A> 무슨 소리야?

Q> 그러니까. 군인 말고 다른 사람들을 죽이기도 해?

A> 군인 말고 민간인들?

Q> 응.

A> 어쩔 수 없이, 죽이는 경우도 있지.

Q> 그럼 나쁜거 아냐?

A> 어쩔 수 없는 경우도 있어. 예컨대.

Q> ?

A> 테러범들 바로 옆에 민간인들이 있는 경우를 생각할 수 있지. 테러범이 여자와 어린아이 10명을 인질로 잡고, 미사일을 쏘려고 하고 있어. 미사일을 쏘면 1,000명이 죽어. 너가 사령관이면 어떻게 할꺼야?

Q> 테러범만 죽일 수는 없어?

A> 없어.

Q> (고민하다가) 음...어쩔 수 없겠지. 1,000명을 구해야 하니까.

A> 테러범이 인질범 10명을 잡고 한명당 1,000만원씩 1억을 달라고 해. 테러범에게 돈을 주면 많은 사람을 죽일 수 있는 무기를 살 수 있어. 너라면 어떻게 할꺼야?

Q> 일단 돈을 줘. 인질이 풀려나면 공격하는거지.

A> 현실적으로는 그럴 수 있겠지만, 그런 일들이 실제로는 잘 일어나진 않아.

Q> 왜?

A> 금방 했던 약속을 바로 어기는 건 사람들에겐 대단한 부담이거든.

Q> 사람 목숨으로 먼저 나쁜 짓을 한건 테러범이니까 사람을 살리기 위해 나쁜 놈들과의 약속을 어기는 것도 그렇게 나쁜 일은 아니지.

A> 으음. 이건 그렇게 하지는 못하는 질문이라고 생각해. 둘 중 하나만 할 수 있어. 돈을 주고 인질을 살리거나, 돈을 안주고 인질을 죽이거나.

Q> 사람을 살려야 하지 않을까?

A> 돈을 줘서 인질이 풀려났어. 테러범들이 많은 사람들을 죽일 무기를 샀는데 돈이 떨어졌어. 그러면 어떻게 할까?

Q> ?

A> 또 여자와 어린이들을 인질로 잡겠지. 그래서 돈을 받았는데 또 돈이 떨어졌어. 그럼 어떻게 될까?

Q> 또 인질을 잡겠지.

A> 그래서 미국도, 러시아도 인질 테러범들과 협상을 하지 않아. 더 많은 사람들의 생명을 위험에 처하게 하는 일이라는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