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대 공동체를 떠나는 이야기를 그린 마리아 슈레이더 감독의 독일, 미국 배경의 드라마
'슈티셀가 사람들'이 유대 공동체에서 살아가는 한 남자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흘러갔다면, '그리고 베를린에서'는 유대 공동체를 떠나는 유대 여성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스토리가 진행된다.
하디시즘 공동체는 참 특이하다. 자신들의 경전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고 그대로 따라한다. 안식일인 토요일에는 아무것도 하지 말라고 되어 있대서 전등 스위치를 켜거나, 심지어 엘리베이터 버튼도 누를 수 없다. 매층마다 서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다니는데, 얼마전 어느 랍비가 매층마다 서는 엘리베이터조차 율법에 어긋난다고 결정했단다. TV나 스마트폰은 말할 것도 없이 금지다. 랍비가 허용한 2G폰만 가능하다. 고기도 아무거나 먹을 수 없다. 돼지고기는 먹으면 죽는다고 생각한다. 먹을 수 있는 고기도 유대 율법에 따라 도축한 코셔 인증 받은 고기만 가능. 그때문에 가격도 비싸다. 여자들은 일을 하거나, 악기를 연주하거나, 사람들 앞에서 노래를 부를 수 없고, 결혼한 여자들은 삭발을 해야 하고, 바지를 입을 수 없고 치마만 입어야 한다. 남자들은 구레나룻을 소중하게 기르며 이게 잘리거나 하면 종교를 버린 것으로 볼 정도로 중요하게 생각한다. 특별히 일도 하지 않고, 군입대도 거부하고, 오로지 경전을 읽는 것을 일과로 하는 이들 하레디 때문에 이스라엘도 아주 골치아파한다. 이스라엘 대법원에서 2017년 9월 하레디의 군 면제가 위헌이라고 판결이 났는데 당연하게도 하레디들이 격렬하게 반대하고 있는 중
나름대로 공부하고 똑똑한 사람들을 어떻게 그렇게 뭔가를 지키도록 하며 살아가게 할 수 있을까. 그런 의미에서 하레디 랍비들은 대단한 사람들이다.
결혼한 유부녀 에스티는 뉴욕의 유대 공동체를 떠나기로 마음먹고, 수업받던 피아노 선생님을 통해 몰래 비행기표를 구해 베를린으로 간다. 이미 공동체를 떠나 살고 있는 친엄마가 있는 곳이다. 엄마를 만나지 못한 에스티는 마땅히 잘곳이 없어 공연장에 몰래 들어가 잠을 자며 생활한다. 음악적 재능이 있는 사람들을 위한 프로그램에 지원을 해 생활비와 장학금을 받을 생각이다.
에스티가 아이를 가졌다는 사실을 안 에스티의 남편 얀키는 가족회의를 하고, 랍비는 얀키와 그의 사촌 모이셰가 베를린으로 가서 그녀를 데리고 오도록 한다.
에스티는 음악을 하는 친구들과 친해져 가발도 벗고, 금기시하는 돼지고기 햄이 들어있는 샌드위치도 먹고, 호수에서 수영도 하며 점점 하레디의 삶과멀어지기 시작한다. 베를린에서 태어난 순수 독일인인 남자친구 로버트와 잠자리까지 갖는다.
오디션에 앞서 친구들은 에스티에게 피아노를 한번 쳐보라고 하고, 그녀의 연주를 들은 친구 중 한명이, 그 정도 실력으로는 신인 음악가를 위한 프로그램에 절대 합격할 수 없을 거라는 말을 해 절망에 빠진다.
얀키와 모이셰는 그녀의 흔적을 따라 열심히 추적을 한다. 모이셰는 에스티의 엄마 집에서 에스티의 오디션 일시와 장소가 적힌 종이를 발견해 그녀와 만나는데 성공한다. 에스티는 돌아갈 마음이 없다고 단호하게 얘기하지만 모이셰는 권총을 건네주며 공동체로 돌아가지않으면 결국 자살 밖에 선택지가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후반부로 접어들며 에스티와 얀키는 불행한 부부였다는 것을 보여준다. 엄격한 율법에 따라 생리 때 부부관계 금지, 체위는 오로지 미셔너리만 허용해서 제대로 되지 않았다. 얀키도 아무것도 배운 것이 없어 전희도 하지 않아, 부부관계 시간은 오로지 고통의 시간이었다. 왜 아이를 안낳는지, 부부관계가 왜 안되는지가 시어머니를 포함한 온 가족의 관심사여서 에스티는 프라이버시가 침해된다고 느낀다.
얀키는 결국 그녀를 만나서 함께 공동체로 되돌아갈 것을 설득하지만, 그녀는 너무 늦었다고 말하고 드라마는 끝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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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건물의 문단속은 대단히 철저하다. 혹시 에스티가 공연장에서 자는 걸 보고 독일 가서 저렇게 하면 되겠다 싶어 따라할 생각은 접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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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유대 랍비들은 하레디 사람들을 성공적으로 설득시키는지는 연구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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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부부관계는 흔들리는 공동체를 보여주기도 한다. 공동체를 지키고 싶은 랍비들은 왜 부부관계가 흔들리기 시작하는지 잘 공부해야 할 것 같다. 일단, 부부관계에 금기가 너무 많고, 하레디 남자는 알아야 할 것들을 너무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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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티가 남편을 따라 돌아가서 살 수 있을까? 자유를 맛본 사람은 다시 속박된 상태로 돌아가기 힘들 것 같다. 게다가 얀키는 자기가 먼저 이혼하자고 했다가, 아이가 생겼다는 말을 듣고 후회하고 붙잡는 거라 에스티와의 온도차를 줄일 수 없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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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대인과 독일인이 나오는 영화나 드라마는 꼭 나치 이야기가 나온다. '조부모님이 수용소에서 가족을 모두 잃었다'는 에스티의 말에 이스라엘 출신의 여자사람친구 야엘은 '이스라엘 사람들의 절반이 그렇다. 그런데 감상적으로 과거를 대하기엔 현재를 방어하기에 바쁘다'라고 응수한다. 과거를 대하는 무난하고 좋은 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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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과 호수에 놀러간 에스티. 나치가 유대인을 모두 죽이자고 결정한 회의가 호수 옆에 있는 저택에서 열렸다는 말에 '그런데도 이 호수에서 수영을 해?'라는 에스티의 말에, '호수는 죄가 없으니까. 그리고, 베를린 장벽이 무너질때 헤엄쳐서 동독을 탈출하던사람들이 동독 경비대원이 총을 쏴 죽였지만, 지금은 수영을 한다'고 대답해준다.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여는 에스티.
하레디 사람들은 늘 신기하다!
재미있는 드라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