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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의 클래식

by 맘씨 posted Sep 03,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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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눈뜨자마자 폰의 앱으로 클래식 라디오 FM을 틀어 거실 블루투스에 연결한다. 은은하게 퍼지는 관현악과 가곡의 선율이 집 안을 가득 채운다. 몇 년째 계속되고 있는, 우리 집 아침을 여는 음악의 인사다.

가끔씩 외국 뉴스를 틀거나, 인기 팝음악이 흘러나오는 앱을 실행하기도 한다. 독일에서 즐겨듣던 라디오를 틀 때도 있고, 한동안은 영어 명작동화를 원어민이 읽어주는 오디오를 재생한 적도 있다. 아침결에 귀에 들어오는 영어 외국어가 듣기 실력을 향상시켜 주리라 하는 엄마로서의 교육적인 기대가 있었나보다.

그래도 역시 우리 집의 주된 오프닝 음악은 아침의 클래식이다. 7시부터 9시까지 진행되는 FM 클래식 라디오는 대부분 생방송인데, 매일의 기본 편성표를 주된 목록으로 하여 사연과 신청곡들이 더해지는 구조다. 나처럼 아침에 듣는 클래식 애호가가 전국적으로도 상당한 모양인지, 음악 퀴즈며 축하 메시지, 사연 채택이나 공연 신청 등의 경쟁률도 꽤 높다.

식탁에 수저를 놓고, 반찬을 올리고, 아침 국을 보글보글 끓여내며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에 귀를 기울인다. 마침 잘 아는 곡이면 콧노래도 함께 따라온다. 자주 선곡되는 레퍼토리도 이제 어느정도 가늠이 된다. 나의 클래식음악 소양은 아주 높지도 너무 낮지도 않은 중간 정도. 어린시절 잠시 피아노 열심히 치고, 연습을 위해 찾아듣고, 학교에서 시창 청음 배웠던 가락으로 여지껏 버틴다.

친정집엔 엄마가 사 모은 도이치 그라모폰 클래식음악 LP판과 CD가 꽤 많았다. 울엄마가 클래식 애호가였는진 확실치 않지만, 다른 집 평균을 훨씬 상회하던 레코드의 분량을 볼 때 엄마도 음악을 사랑하고 공부하며 즐겨 찾아듣던 사람이었다. 해바라기와 조용필을 좋아하시던 울아빠는 클래식 음악에 큰 관심은 없으셨지만, 아내와 딸을 위해 미국 여행에서 거금을 들여 음반 세트를 사오시기도 했다. 덕분에 예술중학교 다닐 적엔 제법 열심히 섭렵하며 들었고 그때 공부도 암기도 많이 되었다.

세월은 흘러흘러, 어설픈 음악소녀이던 난 곧 40을 바라보게 되었다. 아빠엄마가 남겨주신 음반들은 큰애 방 책꽂이에 얌전히 진열되어 있다. 구시대의 유물이 되어버린 LP판들은 대부분 처분을 했다. CD들 역시 가끔 위에 쌓인 잔먼지를 털어내 주어야 할 만큼 이제는 거의 꺼내 듣지 않는다.

하지만 기술도 매체도 눈부시게 발전한 지금은 터치 몇 번 만으로 무한정에 가깝게 클래식음악을 마음껏 즐길 수 있는 축복의 시대다. 내 부모때부터 대를 이어온 아날로그식 클래식 사랑이 이렇게 또 내 자녀들에게 디지털의 방식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오늘 아침도 간단한 클릭 몇 번으로 틀어낸 클래식 FM의 선율들. 공간을 채우는 소리들은 경쾌하고 서정적이며 때로는 비장하고 활기차다. 음악소리에 잠에서 깬 아이들이 부엌으로 나와 아침 포옹을 해 주고, 남편도 일어나 음악을 들으며 오늘의 업무를 체크하고 있다. 라디오 아나운서의 말마따나, 우리 집 아침을 감사히 열어주는, "음악으로 전하는 사랑의 인사"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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