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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맘씨 posted Aug 25,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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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잠이 많다. 어릴 적부터 아침잠이 특히 많아서 엄마 잔소리도 많이 듣고 학교에 지각도 잦았다. 가족여행을 가도 제일 일찍 자고 가장 늦게 일어나는 게 바로 나였다. 수능보고 돌아와서 가채점을 한 후 바로 누워서는 이틀을 내리 자고 깨어났었다. 늦잠을 자다 공인영어시험장에 못 간적도 여러 번이고, 대학 때는 1교시 수업은 되도록 배제했다. 집이 먼 것도 아니었으면서.

그렇다고 또 밤잠이 적은 것도 아니다. 자정이 넘으면 노곤해지며 슬슬 졸립기 시작하고, 어쩌다 맘먹고(?) 밤새 논 다음날에는 몸도 축 처지고 정신이 하나도 없다. 저녁에 커피를 먹어도, 카페인 음료를 마셔도, 밤이 되어 침대에 누워 머리만 대면 끼무룩 바로 깊이 잘도 잔다.

아이들 아기 때는 꽤나 힘들었다. 갓난쟁이일 때 3시간마다 깨서 수유를 하는통에 엄마인 내가 잠을 못 자니 그 스트레스와 피로도가 상상을 초월했었다. 그렇게 늘 잠이 부족해 찌든 상태로 2년 정도를 보낸 것 같다. 그나마 애들이 좀 크고나서는 남편과 시댁의 도움 덕에 주말에 밀린 잠을 몰아 자곤 했는데, 기본이 12시간씩이었다. 그렇게 자고 일어나야만 정신이 나서 애들도 보고, 책도 읽고, 밥도 하고, 청소도 할 수 있었다.

한동안은 잠이 적은 사람들을 몹시 부러워했었다. 뭔가 인생을 더 꽉 채워 살아가는 것처럼 보였으니까. 나폴레옹이나 처칠, 대처가 갖고 있었다던 sleepless elite 돌연변이 유전자가 왜 나에겐 없을까 아쉬워하기도 했다. 하루 7시간 정도 자고도 활발하게 일하고 에너지가 넘치는 남편이 신기했고, 주말에 마눌은 빼놓지 않는 낮잠을 남편은 그닥 즐기지 않는 사실도 미스테리였다.

그런데 불혹을 2년여 앞둔 요즘의 나는 조금 변해가고 있다. 주말엔 무조건 11시 다 되어 일어나던 내가 9시 전에 눈이 떠진다. 슬프게도 허리가 뻐근해져서, 더 누워있기가 힘든 것도 있다. 게다가 아침녘부터 해야할 일들, 하고싶은 것들도 이상하게 자꾸 떠올라 이불을 털고 일어나게 된다. 이미 일어나 힘찬 하루를 시작한지가 한참인 식구들, 남편과 아이들의 얼굴도 궁금하고 목소리가 듣고 싶어서이기도 하다.

과한 잠으로 더이상의 일상을 잠식당할 수 없다는 내 안의 욕구, 그것이 나를 변화시킨 것일까. 아니면 단지 늙어가는 와중에 잠이 자연스레 적어진 것일까. 더 나이들면 불면증으로 고생하는 비율도 높아지고, 그것만큼 또 괴로운 일이 없다고들 하던데, 그 고통을 아직까진 느껴본 적 없이 살아왔으니 행운이라면 행운이겠다.

예기치않게 일찍 기상해서 식구들과 세 끼를 챙겨먹은 일요일 오늘. 꿀맛같은 주말의 오수를 포기할 생각은 없지만, 내 수면시간은 앞으로 어떻게 변화하게 될지 기대 반 걱정 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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