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맘씨톡톡

단 음식

by 맘씨 posted Nov 24, 202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단 음식을 점점 더 못 먹겠다. 어릴적부터 군것질을 잘 하지 않았고 달다구리에도 그다지 관심이 없었던 나다. 달콤한 과일도 유년기에 식탁에 그다지 자주 오르지 않았고 결혼하고 나서야 조금씩 찾아먹기 시작했다. 남편이 과일을 매우 좋아해서 신혼 때부터 집에는 제철과일과 사과, 냉동딸기와 냉동블루베리가 늘 구비되었다. 덕분에 나도 뒤늦게나마, 그리고 아이들은 일찌감치 과일에 입맛을 잘 들여놓았다.

 

 과일이야 맛도 영양도 풍부한데다 농축 감미료가 필요치 않다. 그런 과일 이외의 단 음식들은 여전히 내게 먼 선호도로 자리한다. 빵도 달지 않은 것을 좋아해서 샌드위치나 바게트, 식빵과 크루아상 정도를 먹는다. 케이크는 전반적으로 내 입에 달고, 과자나 쿠키도 많이 달아서 손이 잘 안 간다. 떡류도 덜 달콤한 인절미나 가래떡, 콩떡을 선호한다. 마카롱도 내겐 마냥 달기만 해서 솔직히 무슨 맛인지를 모르겠지만 아이들은 맛있다고 좋아하니 매번 신기하기만 하다. 

 

 음식을 할 때 좀 달달하게 간을 해야 맛이 나는 요리들이 있다. 고기찜류나 불고기, 갈비류, 떡볶이같은 분식류, 비빔양념이 들어가는 음식들이 그렇겠다. 맛을 위해 설탕이나 올리고당, 쌀엿이나 꿀, 매실청을 그때그때 적당량 쓰기는 한다. 단 맛에 보다 예민한 사람은 나뿐이므로 변동없는 정량의 레시피로 만들어야 식구들에겐 제 맛이 날 것 같다. 

 

 문제는 밖에서 먹는 음식들이다. 가끔 사먹는 외식 밥상, 바깥요리들이 내 입에 몹시 달 때가 있다. 나로서는 당류, 설탕을 조금만 덜 넣었어도 될 듯 싶은 음식들과 반찬들이다. 가끔 사먹는 제육볶음과 고추장불고기, 주꾸미볶음등이 그렇고, 어쩌다 먹는 고기조림, 돼지갈비나 닭볶음탕이 그렇다. 

 

 오늘 회사 근처에서 점심으로 먹은 오징어덮밥 역시 그랬다. 볶음의 상태와 풍미는 좋았지만 양념이 지나치게 달아서 결국 절반 이상을 남기고야 말았다. 밑반찬 두어가지로 밥공기를 겨우 비우고 8천원을 결제해서 나오는데, 살짝 억울하다는 생각이 뇌리를 스친다. 다음부터는 식당에서 "달지 않게 해주세요" 라고 미리 주문을 넣어야 하나.

 

 그 와중에 매운 음식은 점점 더 좋아지니 이상한 노릇이다. 여동생은 나이드니 매운 걸 못 먹겠다던데, 어째 나는 그 반대다. 고추기름을 넣어 향을 내는 요리가 좋아 자주 식탁에 올리고 있고, 최근에는 매운 냉면양념과 막국수양념에 푹 빠져 몇 번을 내리 해먹었다. 코로나19로 인해 갑갑하고 침울해지는 마음을 매콤한 것으로 달래는 중인가 싶기도 하고, 아직은 내 위장이 그럭저럭 튼튼하다는 작은 자기위안도 함께 하면서.

 

 그와 더불어 요새는 의식적으로 새콤한 신 맛에도 적응하려는 중이다. 원래 신 음식을 즐기는 편은 아니었다. 그저 최근 몇 달 사이 샐러드가 너무 좋아져 자주 해먹었고, 올리브유가 가미된 상큼한 식초 베이스의 소스가 내 입에 가장 잘 맞는다고 깨달은 후 조금씩 변화하는 중이다. 그리하여 새콤한 소스들이며 다른 신 맛의 음식들에도 관심을 갖게 되었다. 

 

 헬렌 니어링의 "소박한 밥상" 저서에는 풍성하고 다채로운 채소류에 단순 간결한 소스를 섞어 완성하는 멋진 샐러드가 가득하다. 품이 크게 들지 않으면서도 내 원기를 돋우고 식탁을 화사하며 아름답게 하는 요리다. 그녀처럼 저녁을 샐러드로만 평생 먹을수는 없겠지만 새콤 상큼한 소스에 버무린 나만의 야채 샐러드에는 나이가 들어갈수록 더 깊이 탐닉할 것 같다.

 

 여하튼 이래나저래나, 덜 달게 먹는 것은 건강에 좋기는 할 것이다. 책이나 매체들에서도 설탕량을 줄이는 게 좋다고들 하고, 병원에서도 단 군것질은 적당량만 하는 것을 늘상 권유하니 말이다. 그러나 설탕과 단 것의 유혹은 때때로 많은 이들에게 너무나 강력해서 참을 수 없을 정도다. 입맛에 솔직한 아이들부터 달콤한 음식을 좋아하고, 당장 우리 애들도 종종 단 것을 찾는다.

 

 나야 단 것을 잘 못 먹는 입맛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그것들에 기쁨과 위안을 얻기도 한다. 헬렌 니어링은 보존하고 단맛을 낸 음식은 신선한 음식과 같은 먹을거리로 생각할 수 없으며, 어쩌면 단맛을 낸 음식을 먹는 것의 가장 큰 해악은 그런 음식에 길들여지면 더 소박하고 덜 꾸몄지만 더 건강에 좋고 필요한 음식을 먹지 못하게 된다는 사실이라고 저술했다. 달콤한 맛의 양면성이라고 해야하나.

 

 일례로 짠 음식의 경우 건강상 좋지 않다는 걸 누구나 알고 있는데다 국민 건강을 위한 싱겁게 먹기 운동본부와 실천연구회도 있는 것 같던데.. 나는 그럼 주변부터 권유하며 조금 덜 달게 먹기 운동을 해봐야하나, 이 시점에 갸우뚱하다.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