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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내미의 빗질

by 맘씨 posted Jan 11,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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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유로운 주말의 오후다. 욕실 청소를 마친 후 호젓하게 홀로 목욕을 즐겼다. 바깥 기온은 영하 13도를 밑도는 한파 강추위, 이래저래 나가지는 못하지만 집에서 따뜻하게 보내는 나만의 시간이 좋다.

머리까지 감고서 마무리를 하고 나오니 딸이 쪼르르 따라온다. 두 손에는 도톰한 수건과 머리빗, 핀셋이 들려있다. 빈 서재방으로 나를 안내하더니만 준비해 둔 의자에 앉히고는, 젖은 내 머리를 정성껏 말려주기 시작한다.

이후 작업에는 핀셋이 필요해진다. 불혹을 앞둔 나에게 조금씩 생겨나는 중인 새치들, 이 처리가 딸의 몫이기 때문이다. 야무진 손끝으로 하나 둘 씩 뽑아주는데, 후련하고 시원한데다 회춘하는 것 같은 기분까지 든다.

어릴적부터 딸은 엄마 머리 만져주는 것을 참 좋아했다. 내 머리카락은 등까지 내려오는 직모인데, 길이가 있어서인지 이것저것 하며 갖고놀기가 재미났나보다. 틈만 나면 빗질을 하고, 묶고, 댕기를 따고, 틀어올리고 하며 시간을 보내던 딸내미다.

머리카락은 모계 유전인지, 나도 숱이 많지만 딸은 더 풍성하다. 내가 살짝 갈색빛이 도는 데 반해 딸은 새카맣게 윤이 나는 검은 머리카락이다. 독일에서 지낼 때 딸 머리카락이 어쩜 저리 예쁘냐는 이야기를 자주 들었다. 딸은 까맣게 윤기 흐르는 그 머리카락을 하나로 묶어 내리거나, 양갈래로 땋거나, 풀어서 머리띠를 하고 다녔다.

 

딸은 꽤나 어려서부터 본인 머리카락을 꼼꼼하게 감았고, 잘 말려가며 정성껏 빗질을 했다. 본인 머리카락 전용 수건도 따로 비치해두고 특별하게 관리한다. 여러 모로 엄마인 나보다 더 세심하게 공을 들인다. 나에게 배운건가 물어보니 돌아오는 대답.

"엄마 하는 것도 참고는 했지만 내가 스스로 터득해서 내 습관으로 삼고 있어. 이렇게 해야 더 상쾌하고 머리카락 건강도 좋아지지."

이런 딸인지라 주말에 내 머리를 맡기는 일도 즐겁고 믿음직하다. 내가 할 일이라곤 의자에 편안히 앉아 서비스를 받는 것 뿐. 함께 수다를 떨며 딸의 손에 내 머리카락이 예쁘게 변신하는 과정이 좋다.

마지막 단계인, 두 종류의 빗으로 머리카락 빗어주기까지 끝나니 기분이 상쾌하다. 주변 공기도 향기롭고 촉촉하다. 딸은 예쁜 머리끈을 가져오더니 나의 빗긴 머리를 높이 올려 멋드러지게 묶어준다. 이리저리 둘러보더니 신나서 내지르는 탄성.

"엄마 완전 반짝반짝 어려 보이고 더 예뻐졌다!"

나이가 들어갈지언정 딸의 즐거움과 보람을 위해서라도 머리카락 관리를 잘 해야겠다, 싶은 그런 오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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