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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캔틴

by 맘씨 posted Oct 27,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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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부터 회사 빌딩에 전체적인 리뉴얼 작업이 진행되게 된다. 내가 근무하는 일터 공간도 좀 더 높은 층으로 변동이 되고, 기존의 회의실이며 세미나실도 모두 싹 바꾼다는 소식이다. 좌석들도 완전히 현대화하여 모조리 자율좌석 선택제로 만든단다. 요새 시류에 맞춘 건물 리모델링인 것은 알겠다. 하지만 못내 서운한 점은 사랑해 마지않는 고층 휴게실 캔틴까지 없어진다는 사실이다. 

지난 도시락 일기에도 썼듯 우리 회사의 고층 캔틴은 통창 전망이 시원하고 남산타워와 남대문이 한 눈에 보이는 "뷰 맛집" 이다. 하늘이 맑을 때는 저 멀리 산자락도 눈에 들어온다. 실내 공간이 넓은 편인데다 푹신한 의자와 쿠션들, 긴 테이블이 여럿 놓여있어 여럿이 함께 먹기도, 혼밥을 하기도 좋다. 

한켠의 작은도서관에는 인문 사회 예술을 아우르는 각종 서적들이 꽤 알차게 들어차 있고, 따로 구비된 책장에는 자녀교육 및 육아서가 별도로 정리되어 있다. 점심시간을 짬내 읽는 양질의 도서들은 내게 소소한 일상의 행복이었다. 차 한잔과 함께 하는 책의 구절들은 전쟁같은 오후 일과를 또 살아낼 차분한 힘을 주곤 했다. 

그렇던 소중한 캔틴과 작은도서관이 곧 사라지게 된다. 너무 서운한 마음이다. 물론 여기가 더 크고 보다 넓은, 트렌디하고 세련된 휴게실 공간으로 바뀌게 될 지도 모르겠다. 고급스러운 분위기에 까페같은 느낌의 휴게 공간이 될 수도 있다. 그래도 기존의 이 캔틴에 나는 정이 오랫동안 많이 들어버려서, 삐꺼뻔쩍하게 생길 이후의 공간에 큰 기대가 들지는 않는다. 

얼마 전 점심을 먹으러 올라간 캔틴의 작은도서관은 철거 작업이 한창이었다. 거의 매일 한 권씩 빼 읽고 넣어두던 그 많던 도서들. 싸그리 사라지는 모습을 보니 기분이 이상했다. 주말을 지내고 오면 휴게실 전체가 싹 다 비워져있을 것만 같은 느낌이다. 늘 사람들이 삼삼오오 앉아있던 정답던 곳, 텅 빈 공간이 되어버리면 참 허전할 것 같은데..

이러다가도 또 내년에 널찍하고 멋진 공용 휴게실이 생겨나면 다시 찾아가서 밥 먹고 휴식하고 할 게 분명한 나지만.. 그동안 정이 많이 든 지금의 캔틴, 고마웠던 이 곳에 나름의 소회를 남기며 인사를 남기고 싶다. 아늑하고 따뜻했던 고층의 회사 캔틴, 정말 나에게 소중하고 편안한 공간이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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