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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우먼 박지선님

by 맘씨 posted Nov 09,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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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택근무를 하고 있던 며칠 전 오후, 방에서 아들내미가 "엄마 이 소식 봤어?" 라며 다가왔다. 개그우먼 박지선 씨가 사망했다는 것이다. 1984년생(나와 한 살 차이라 기억하고 있었다), 언제나 밝고 귀엽고 지성미 넘치던 위트있는 개그우먼, 독서를 좋아하고 sns 등에서 보여지는 마인드가 참 순수하고 사려깊고 맑았던 사람. 그런 그녀가 갑자기 사망했다니. 이상하다 싶은 마음으로 뉴스창을 열고, 연달아 올라오던 기사를 확인했던 것이다. 

너무 충격적이고도 안타깝게도, 그녀는 엄마와 동반으로 목숨을 끊었다는 소식이었다. 이 세상 가장 사랑하는 엄마와..? 도대체 왜..? 졸지에 혼란해져 잠시 폰을 닫고 한동안 일에 몰두했다. 사람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야 비일비재 하겠으나 모녀가 함께 동시에 세상을 등지는 일은 흔하지 않다, 그것도 장성한 유명인인 딸과 그 엄마가 집 안에서 함께라면.. 

나는 그녀와 개인적인 친분도 팬의 관계도 없었다. 그럼에도 간간히 접해오던 그녀 특유의 긍정적인 에너지를 참 좋아했었다. 이 사람 가정에서 많이 사랑받고 자랐구나, 참 자존감이 높구나 느꼈고, 특히 본인의 아빠 엄마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를 하고 일화를 전하는 그녀에게 정감이 갔었다. 유머러스하면서도 딸에게는 한없이 다정한 그녀 엄마와의 에피소드는 쉽사리 매체에서 접할 수가 있었으므로. 

그런데 서로를 참 사랑하고 아꼈던 그 모녀가 한날 한시에, 그것도 딸의 생일 전날에 세상을 등진 것이다. 비공개 유서는 엄마의 한 장 분량 노트에 담겨있다고 하니, 다른 가능성도 전혀 없어진 듯 하다. 박지선님이 생전 앓았다던 질환 때문일지, 생업이나 진로 관련의 고뇌일지, 개인적인 나름의 사정일지는 알 수 없겠다. 어떤 이유를 갖다붙이든 반짝거리고 영민하던, 선한 에너지의 그녀를 생각한다면 안타깝고 아쉬운 것은 사실이니까. 

삶을 등지고 싶을만큼 본인이 아프고 힘들면서도, 늘 대중에게 웃음을 주려 애쓰던 와중에 그녀 마음의 병이 더 깊어진 것은 아닐까. 언제나 밝고 위트있고 재미있는 사람이어야 할 개그우먼이라는 직업 이면에 얼마나 큰 남모를 고민과 힘듦이 있었을까. 딸이 괴로워하는 모습을 곁에서 두고볼 수 없었던, 그래서 결국 마지막 길까지 함께 한 엄마의 동행이 하염없이 애달프다. 딸을 혼자 보낼 수 없다는 그 마음이 너무 슬프다.

잠들기 전의 딸을 안아주며 말한다. "사랑하는 우리 딸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존재야. 엄마가 항상 힘이 되어줄게. " 다시 내 침대로 돌아와 누우니 또다시 박지선님의 부고가 떠오르며 눈가가 찡해진다. 그녀도 엄마와 함께 살면서 다정하고 살갑게 애정어린 대화와 포옹을 나누었을텐데. 그토록 사랑하는 엄마와 딸이 함께 한 마지막은 가혹할만큼 절절하고 처연하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천국에서는 아프지 말고 모녀 함께 편안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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