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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에게

by 맘씨 posted Oct 08,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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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이들이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때릴 데도 없고 크게 혼낼 일도 없으며 바다같은 마음으로 이해하고 들어주고 눈맞추면 더 아름답고 영롱하게 세상을 빛내는 세상 유일한 존재들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그래서 아이들이 사랑 그 자체라고 여긴다.

아이들 아빠인 내 남편은, 아이들이 물론 사랑스럽고 귀엽지만 늘 긴장감 있게 컨트롤하고 행동의 시시비비를 잘 가려 이익과 불이익을 줘야하는 존재로 본다. 어린이라도 지켜야 할 것을 잘 해내고, 남을 배려하고, 어려운 사람을 도와주어야 하며, 폭력이나 거짓말 등의 위법을 행하지 않아야 한다. 

남편이 자주 아이들에게 하는 말이 있다. 다른 사람의 밥그릇을 쳐다보는 일은 그 사람의 밥이 부족하지는 않은지를 확인해야 할 때만 정당화되며, 부모로서 자식의 부정적인 행동은 반드시 바로잡아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남편은 규율이나 인성교육에 있어서 꽤나 엄격하고 물러섬 없는 스타일이다.

신기하게도 우리 둘의 양육방식은 아이들 크는 내내 절묘한 균형을 이루어왔다. 나는 일상적인 사랑과 공감, 존중과 이해를 통해 아이들이 평생 지니고 갈 밝은 정서를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왔다. 아이의 기분을 인정해주고, 표정을 읽고, 행동을 보면서 감정을 알아차리고, 거기에 대한 내 감정을 자각해 반응하고 소통하는 것이 엄마로서의 나에겐 가장 중요하다.

남편은 평상시엔 친구같이 유머러스하고 아이들의 모든 부분에 관심을 주는 헌신적인 아빠이지만, 부정적인 행동에는 엄격하게 불이익을 주며 단호하게 대처한다. 과단성이 있으며 훈육에 있어 철저한 부분이 많다. 그런 교육관을 통해 아이들이 감정을 잘 다스리고 내구력이 있는 사람들로 자라게끔 끊임없이 고민하고 조율하는 사람이다. 

여느 부모가 그렇듯 우리도 너무 많은 시행착오를 통한 서툰 육아의 길을 걸어왔었다. 어른들이 말해주는 지침들이 다 다르고, 육아서들도 제각기 나름의 논리가 있어서 너무 헷갈렸다. 아이가 내 머리 꼭대기에 앉아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다가도, 또 어떨 땐 한없이 유약하고 애처로운 존재처럼 보였다. 어느 날엔 허용이 되는 아이의 언행이, 또 다른 날엔 감정을 격앙시키는 지점이 되곤 했다. 

그렇게 도통 모르겠고, 몸과 마음은 지칠 때마다 우리는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를 참 많이 했었다. 아이들의 습관, 버릇, 표정부터 시작해 자기들끼리나, 할아버지 할머니에게, 그리고 우리에게 하는 말과 행동들 아주 사소한 것까지도 대화의 소재가 되었다. 그렇게 부모와 아이 사이, 그 미지의 영역을 조금씩 열심히 개척해나갔던 것 같다. 

이제는 애들이 많이 자라 곧 사춘기를 앞두고 있다. 이 시기의 양육방식과 감정코칭은 또 결을 달리해야 할 것이다. 아이들의 의사결정과 감정들을 듣고 응원해주고, 가이드나 도움이 필요할 때 같이 이야기하고 싶다. 엇나가거나 부정적인 행동은 통제하되, 아이의 마음을 잘 읽어주며 함께하고 싶다. 그래서 아이들이 성숙한 어른으로 성장해가는 과정을 깊은 애정으로 지켜보고 싶다. 

무엇보다도, 아이들과 더불어 우리 부부가 본보기의 어른으로서 편안하고 행복하게 살아가고 싶다. 스스로를 사랑하고, 배우자인 서로를 아끼고, 인생 전반에 긍정적인 마음을 지닌 그런 부모 말이다. 우리를 불안하고 분주하게 만드는 요인들이 많겠지만 최대한 잘 내려놓기를 하면서, 아이들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격려하는 품 넓은 부모로 살아가고 싶다.

우리 애들이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에서, 아빠엄마를 떠올릴 때 어떤 생각이 들까를 자주 생각하곤 한다. 

헌신, 희생, 소통 등등 추상적인 이미지도 좋다. 엄부자모의 평가도 괜찮다. 다만 아이들이 자신들을 더 잘 알고 사랑하기 위해서, 보다 더 따뜻하고 행복한 사람들로 기르기 위해서 부단히 함께 노력했던 그런 두 분이라고 생각해 준다면 좋겠다. 

 

그런 믿음이 밑바탕이 되어, 아이들 스스로 인생의 여러 관문을 자기만의 방법으로 용감하게 헤쳐나간다면 더 바랄 것이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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