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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녀의 장보기

by 맘씨 posted Oct 18,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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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기 어린이들이 있는 4인 가족인데다 코로나로 인해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니 식재료 장볼 일이 금방금방 생긴다. 집에서 대부분의 요리를 담당하는 나지만 사실 장보기를 자주하는 편은 아니고, 퇴근길 신선한 두부나 야채, 아이들 후식 아이스크림이나 우리 부부 마실 맥주 정도를 장바구니 무겁지 않게 구입해 들어오는 정도다. 배달앱을 쓰거나 주기적으로 꾸러미를 받지도 않는다. 우리 집 대부분의 장보기는 남편, 그리고 둘째의 몫이기 때문이다. 

장보기에 유난히 쿵짝이 잘 맞는 부녀는 매 주말마다 꼭 함께 대형마트나 시장으로 향한다. 살 것이 좀 무게가 있고 종류가 많으면 차를 끌고 가고, 부녀 양 손에 들고옴직한 개수라면 둘이서 슬렁슬렁 걸어서 다녀온다. 길 떠나기 전 장봐야 할 품목을 정확하게 메모장에 기입해 두는 것은 필수이고, 내게도 이번 장보기에 사야할 것들이 무엇인지를 확실하게 체크받고 나서야 리스트에 올려준다. 그렇게 주말마다 꼭 필요한 것들을 부녀가 넉넉히 장 보아오는 것으로 우리 집 1주일 끼니들이 별 탈 없이 굴러간다. 

아이들 어릴 땐 어른 모두 집을 비울 수 없어 주로 남편 혼자 다녀오거나 나와 번갈아 장을 보고 오곤 했다. 물론 가끔씩은 기분전환도 할 겸 네 식구가 차를 타고가서 다함께 장 보기도 했다. 하지만 큰애는 마트에 큰 흥미가 없는데다 자꾸만 시야에서 사라지기 일쑤였고, 작은애는 이 코너 저 코너를 돌 때마다 엄마아빠 이거 사줘 저거 사줘 할 때가 많았다. 결국 점차 아이들을 동반한 마트행은 요원해지고 말았다.

그랬던 큰애 작은애 모두 이젠 어엿한 소년소녀로 제 몫을 하게 되어, 아빠엄마 심부름도 잘 하고 우리 집이나 자기에게 필요한 품목들도 잘 주도적으로 이야기를 하게 되었으니, 실로 감개가 무량하다. 특히 꼬맹이 때부터 장보는 것에는 꼭 따라가려 했던 둘째는, 이제는 아빠의 더할나위 없이 소중하고 같이 안 가면 뭔가 옆구리가 허전한 그런 일상의 장보기 메이트가 되어버린 것이다. 

어쨌든 둘의 쿵짝은 이제 제법 연차가 쌓여, 장 봐오는 품목들이며 소요시간, 들이는 에너지 역시 효율이 높다. 과하지도 넘치지도 않는다. 얼리어답터의 기질이 있는 남편이 특정 코너에서 간혹 마음을 빼앗길 때마다 둘째의 잔소리에 상황객관화가 되고, 예쁜 것들에 욕심이 있는 둘째가 통하지 않을 것을 알면서도 아빠에게 아양을 부려보다 다시 발걸음을 재촉하는, 뭐 그런 묘한 쿵짝도 있다. 대형마트에서 뭘 사야할지 결정장애가 자주 올 뿐더러 자꾸만 예정에도 없던 충동구매를 왕창씩 하는 경향이 다분한 나와, 마트에 갈바엔 집에서 책을 읽거나 쉬겠다는 의지가 늘 확고한 첫째, 우리 집 모자의 상태가 이러하니 장보기에 더없이 최적화된 부녀의 그림이 아닐 수 없다. 

오늘도 여느 주말 오후처럼 가벼운 옷차림을 하고, 마스크를 낀 채 즐거이 마트 장보기를 떠난 두 사람. 외모도 성격도 꼭 닮은 부녀가 취미까지 똑같이 맞물리다니 참 희한하고도 재미있다. 덕분에 나는 아들내미와 내내 호젓하고 편안한 집콕 주말생활을 하고 있으니, 쿵짝 부녀의 이 오붓한 장보기가 부디 둘째 독립 전까지는 쭈욱 지속되었으면, 하는 살짝의 욕심도 부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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