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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의 자가격리 - 2

by 맘씨 posted Nov 05,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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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의 자가격리가 하루하루 지날수록 모든 식구도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적응을 해나갔다. 우선 딸은 방 안에서 규칙적인 생활을 반복하면서 소소한 자신만의 즐거운 활동들을 찾았다. 식단일지 기록하기, 셀프 동영상 촬영을 비롯하여 선생님, 친구들과 함께하는 "온라인 방구석 모임" 참석, 어린이 강의 듣기, 일기쓰기와 넷플릭스 영화 감상이 그것들이다. 동거가족이 자가격리대상자인 이유로 함께 재택근무를 하게 된 나도 마찬가지였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근무하는 것은 일정했지만 딸의 삼시세끼 및 간식을 전용 식판에 올려 정확한 시간에 넣어주는 일이 중요하게 추가되었다. 

딸은 무엇이든 잘 먹고 편식도 거의 하지 않지만, 격리기간에는 평소보다 식단을 더 신경써야 할 듯한 의무감이 강하게 느껴졌다. 아이가 환자는 아니지만 갇혀서 많이 답답할테니, 먹는 것이라도 특별히 잘 챙겨주고 싶었다. 나갈 수가 없어 오랜만에 온라인으로 장을 왕창 봐 집 앞으로 식재료들을 배달받아 냉장고를 한가득 쟁여두었다. 14일간동안의 삼시세끼 집밥이 문제없이 지속되기 위한 만반의 준비를 마쳤다.

딸의 아침 배식은 8시 반. 주로 현미밥에 달걀말이, 생선구이, 김, 김치와 밑반찬들에 맑은 국 혹은 적당히 칼칼한 찌개류를 끓여 내주었다. 점심은 12시 반에서 1시 사이. 볶음밥이나 덮밥, 국수류나 수제비, 스파게티를 자주 해서 장국과 같이 냈다. 저녁 시간은 조금씩 달랐지만 6시 반에서 7시에 맞추려 노력했고, 삼계탕이나 고기찜, 생선조림, 장어구이, 소불고기, 삼겹살과 쌈채소 등 단백질이 많은 요리들로 구성했다. 먹고싶다던 떡볶이나 쫄면, 라면, 라볶이 등도 야식으로 넣어주었다. 과일을 좋아하는 딸이 식사 후 꼭 챙겨먹는 블루베리와 망고, 귤은 금세 동이 나버려 중간에 또 주문을 했다. 

격리중인 딸에게 음식을 정성껏 담아 건네먹이고 나야지만 엄마인 내 마음이 편해져 남은 식구들 끼니에도 집중할 수가 있었다. 우는 자식 떡 하나 더 준다더니, 상황이 이런지라 둘째에게 맘이 많이 쓰여 계속 챙기고 확인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다행히 아프지도 축 쳐져있지도 않은 건강하고 명랑한 딸내미라 망정이지.. 병 앓고 아파 누워있고 했으면 나도 나를 추스리기 힘들었을 거다. 

딸은 전담공무원과 지속적으로 연락을 하고, 자가격리자 전용 앱을 깔아 매일 일정시간에 체온과 몸 상태를 체크해 등록하며 모범적인 격리생활을 해나갔다. 물론 나에게도 매일 체온과 몸상태를 영상통화 및 목소리로 들려주며 수다를 떨곤 했다. 함께 격리중인 같은 반 선생님과 친구들이 꽤나 힘이 되는 모양이었다. 다행히 학교 내에서 양성 판정자는 단 한명도 없었으니 그 역시 천만 다행이고, 이번 일을 통해 딸내미 학교와 반의 단합력과 우애도 한층 깊어진 것 같았다.

시간은 흘러 다시 코로나19 재검사의 날이 돌아왔다. 날이 꽤 추워진 11월의 초입이었다. 최초 검사 때는 도보로 이동을 했지만 이 날은 쌀쌀하고 비도 내려서 자차로 움직이기로 한다. 격리 기간동안 갑자기 겨울이 들이닥친 것 같은 희안한 느낌이다. 두툼하게 옷을 챙겨입고, 격리 담당공무원에게 연락을 취한 후 곧장 보건소로 향했다. 차로 이동하니 금방 도착해, 지난번보다 줄도 덜 선 채로 30분 안에 아이의 재검사를 완료할 수 있었다.

다시 자차로 귀가를 해 아이는 곧바로 다시 방 안 재격리에 들어갔다. 재검 결과가 음성으로 나올 때까지는 안심할 수 없고, 음성이 나온대도 14일째 되는 정오까지는 격리 상태로 지내야만 한다. 거의 2주만에 방을 떠나 짧은 외출을 하고 온 딸, 금세 또 배가 고픈 듯 하여 점심으로 오므라이스를 만들어 넣어주었다. 격리 전 마지막 저녁메뉴는 닭갈비. 후식으로 케이크까지 먹으며 익일의 음성 판정을 기대해 보았다.

14일째. 드디어 딸이 격리 해제되는 날. 일어나 아침을 준비하면서도 핸드폰에 계속 눈길이 간다. 9시 반 즈음, 띠링 하고 울리는 구 보건소의 카톡. 딸아이 최종판정 "음성"이라는 반가운 문구! 온 식구가 간절히 기다리고 바라던 희소식이다. 즉시 격리 공무원과 아이 학교에 보고를 한 후, 즐거운 마음으로 정오가 되기를 기다린다. 격리 해제날의 점심은 딸과 오랜만에 얼굴을 마주보며 먹는 것이니 아이가 제일 좋아하는 떡국으로 준비를 했다. 

알람이 울린다. 자가격리 14일째의 정오에 맞춰진 음악소리다. 바로 딸아이 방문을 열고 수고했다며 꼭 안아주었다. 얼마나 힘들었을지, 잘 이겨내주어 고맙고 사랑한다는 편지도 한 장 건네주었다. 내내 딸 방문을 긁어대던 고양이들도 언니에게 다시 안기니 신이 난 모양이다. 딸의 행복한 웃음소리와 야옹야옹 소리, 활짝 열려진 방문과 환해진 아이 방 모습. 예전의 우리 집 풍경이 다시 돌아온 것 같다. 

 

다시 평화와 안정을 되찾은 지금, 글을 쓰면서도 아이의 지난 자가격리기간 일들이 아스라히 맴돈다. 처음으로 우리 가족에게 이토록 가까이 다가온 코로나19, 조심하고 또 조심해도 언제 어디서나, 그리고 누구에게나 생길 수 있는 상황이라는 걸 이번 기회로 알게 되었다. 처음 느꼈던 당황과 무서움은 학교 및 보건당국의 신속하고 정확한 대처와 지시 덕에 금세 해소되었고, 함께 이겨낸다는 마음은 더 신중하게 격리지침과 방역을 준수하려는 자세를 만들어 주었다. 

몸과 마음 모두 더 든든히 소중하게 지켜가야겠다는, 소중한 배움이 되어준 시간이었다. 모두가 느낀 바도 많고 또 잘 지켜냈다는 자부심도 크다. 현장에서 몸소 뛰고계신 관계자와 의료진들에게 다시한번 감사를 전하며.. 사랑하는 우리 딸 14일간 정말 수고 많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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