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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거리

by 맘씨 posted Aug 27,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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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애가 며칠 전 수학책 2권을 끝냈다. 아빠와 서점에 가서 함께 구입하고, 연계된 동영상 강의도 결제해 병행해 나갔던, 초등심화 총정리 올림피아드 수학 입문서 두 권이다. 총 27장짜리로, 권당 200페이지가 넘는 두툼한 내용들이 가득하다. 

 

 큰애는 아직까지 교습학원에 다닌 적이 없다. 6학년, 만 12살인 아이는 초등학교 1,2학년 때 피아노와 태권도를 몇 달 배우며 악보 보는 법과 태극 5-6장을 익혔고, 3학년 때 스포츠센터에서 수영강의를 받았으며, 고학년까지도 학교에서 토요일마다 가르쳐주는 주말축구반에 나갔다. 그치만 공부를 지도하는 학원에 다닌 적은 아직까진 전무한 상태다.

 

 엄마로서 아직까진 학원비로 골머리 싸맨 적 없으니 다행이라고 해야하나. 내신과목 수학이나 영어, 심지어 논술과 한국사, 제 2외국어까지 학원을 보내는 집도 심심찮게 보이는데 대부분 사교육비가 50만원을 훌쩍 상회한단다. 과목 당 15~20만원이 우스우니 당연한 일이다. 나처럼 학원 비즈니스에 무디고 모르쇠인 엄마도 어찌나 들은 풍월이 많은지, 어느어느 과목은 그 학원이 좋다더라 정도의 정보는 머릿속에 입력되어 있다. 

 

 한번은 큰애와 버스를 타고 목동에 갈 일이 생겼다. 버스는 학원 건물들이 즐비한 도로로 계속해서 우리를 안내해 주었다. 차창 밖으로 보이는 학원 갯수만도 200개가 족히 넘어 보였다. 눈앞이 핑핑 돌고 정신이 하나도 없는데, 큰애가 한마디 한다.

 

 "엄마 여기는 완전 학원 공화국이네. "

 

 한국개발연구원(KDI) 김희삼 연구원의 <왜 사교육보다 자기주도학습이 중요한가?> 연구보고서에서는 실제 사교육과 성적의 상관관계가 드러나 있다. 사교육의 효과는 초등 저학년 때 가장 크고, 학년이 올라갈수옥 줄어들다가 중등 3학년 시기가 되면 사실상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난다.

 

 최승필 님의 공부머리 독서법에 따르면, '교과의 내용을 일일이 설명해주는 서비스'라는 사교육의 본질적 특성이 그 답을 내놓는다고 말한다. 학원에서는 선생님의 설명을 듣고, 문제를 풀고, 틀린 문제에 대해 설명을 듣고, 다시 풀면 된다. 읽고 이해하는 공부가 아니라 듣고 이해하는 공부다. 

 

 교과 지식이 단편적이고 간단할 때는 학습량이 적기에 이렇게 듣고 이해하는 공부가 효과적일 수 있다. 하지만 학년이 올라갈수록 주요 과목의 교과 내용을 일일이 설명해주는 사교육으로 공부하기에는 버거워진다. 스스로 읽고 이해하고 습득하는 방법 없이, 초등 시절과 같은 학습 효과를 기대하기는 점차 힘들어지게 된다는 것이다. 

 

 한편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김영훈 님의 책에서는 아이들의 공부성향이 두뇌성격과 연동된다고 이야기한다. 이성좌뇌형, 감성좌뇌형, 이성우뇌형, 감성우뇌형이 그것이다. 이 중 큰애는 이성우뇌형에 부합하는 편인데, 학원 강의보다는 동영상으로 공부하거나 과외가 효과적인 스타일로, 자기가 좋아하는 것부터 해줘야 하는 아이다. 칭찬을 좋아하고 예습을 잘해야 하며, 도전의식이 강해 시각적 학습자가 많은 타입이다. 다양한 것, 새로운 것을 제공하는 것이 좋다고 하며, 대체로 큰애에게 부합하는 내용인 듯하다. 

 

 (그에 반해 둘째는 계획표를 중시하고 복습과 예습을 철저히 하며, 구체적 지침을 정해주는 것이 좋은 타입으로 목표가 분명한 스타일이다).

 

 이런 큰애 성향에서 학원 교습과 수업이라는 것은, 내가 먼저 미리 선수칠 분야가 아닌 것 같다. 나는 공부머리라는 것이 지식을 머리에 욱여넣는 학습에서 오는 게 아니라 아이가 거쳐온 독서 이력이나 글을 읽고 이해하는 언어능력에서 온다고 본다. 그러니 본인이 공부를 해가면서 정말 도전하고 싶고 보완하고 싶은 과목이 있을 때, 학원이며 과외 등을 스스로 부모에게 요청할 것이라고, 나는 즐거운 마음으로 기다릴 뿐이다. 

 

 어쨌든 며칠 전의 책거리는 즐거운 이벤트였다. 이 세상 어떤 산해진미보다도 아빠가 끓여주는 매콤칼칼한 라면이 원픽인 큰애에게, 나와 남편은 애들에게 푸짐한 요리와 함께 라면파티 책거리를 열어 주었다. 후룩후룩 맛나게 먹으며 그동안 자기가 얼마나 고생했는지, 책에서 어떤 문제가 제일 어려웠는지, 동영상 강의 선생님이 어떤 사람인지 등등을 반짝거리는 눈빛으로 이야기하는 큰애의 얼굴에서 성취감이 엿보이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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