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등산캠핑요트

아드리아 해에서의 첫 항해

by 라키 posted Jan 07, 2018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첫항해

출항준비

1월 5일. 크로아티아 스플릿의 젠타(Zenta)항에서 10시 40경 출발했다. 바람은 10노트 전후로 세일링하기에 좋은 바람. 기온은 1012도 전후로 1월 기온 치고 상당히 따뜻한 날씨였다.

애초 스키퍼로부터 1일 교육을 받고 나머지 6일은 단독으로 항해하려고 했지만, 무리인 계획이었다. 요트 대여자로부터 일정 전날 밤에 크로아티아 세일링 라이센스 번호가 필요하다는 연락이 왔다. 영국의 경우 레저요트의 경우 면허가 필요없다. 크로아티아도 비슷할 거라 생각했는데 아니란다. 무엇보다 바다 단독항해를 위해서는 많은 연습이 필요하다. 우선 가족들이 함께하기는 좀 무리. 라이센스를 포함해 한두달 정도 시간과 노력, 바다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는 시간이 필요할 듯 하다.

1월 4일 12시쯤 요트 대여자이자 스키퍼(선장)인 스티브를 만났다. 첫날은 요트에서 잠을 자고, 다음날 스티브와 함께 항해를 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나머지 5일간은 스티브의 아파트먼트에서 지내며 라이센스 문제를 고민하는 것으로 계획을 변경했다.

준비물

그전 두브로브닉 요트스토어에서 동계용 요트자켓, 세이프티라인 4개, 낚시킷을 준비했다. 요트자켓 아래에 다운자켓을 입으니 꽤 든든했다. 라이프자켓을 살까 말까 고민하다가 우선 요트에 라이프자켓이 비치되어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다음 기회로 미루기로 했다.

약 15년 가량 된 30피트 급 요트로 크기가 작아 4인 가족이 주거용으로 지내기엔 다소 좁았다. 가스레인지에 다소 이상이 있어, 션 혼자 다루기에는 힘든 상황. 4명이면 최소 40피트 급 이상이 필요할 것 같다.

출항 아침 스티브는 오른쪽 무릎을 다쳐 절뚝이며 마리나에 등장했다. 전날의 포스는 오간데 없다. 어제는 크로아티아에서 가장 강한 남자였는데, 오늘은 스노우맨이 되었다고 말해주었다.

출항

엔진을 이용해 항을 벗어났다. 정박해 있는 요트들 중 Hanse라는 이름의 인상적인 디자인의 요트가 있어 찾아보니 독일 HanseYachts 사의 제품이고 455급 정도로 보였다. 바바리아도, 한세요트도 마음에 드는 걸 찾아보면 독일제인 것이 재미있다.

파도는 0.5미터 전후. 높지 않은 파도지만 선상에서의 이동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10노트 전후의 바람도 선상에서 느껴지는 약한 것은 전혀 아니었다. 선상에 아이들이 있어. 메인세일을 펴기에는 다소 위험해 집세일만으로 세일링 했다. 요트의 이동속도는 3노트에서 5노트. 신속함만을 생각하는 사람들에겐 어울리는 이동 수단은 아니다.

키를 잡고서 파도를 보았다. 스키퍼가 없으면 나 혼자 모든 상황에 대처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부담이 몰려왔다. 다리를 다친 스키퍼가 하는 일은 많지 않았지만 존재만으로도 든든함이 다르다. 바다는 사람이 이 정도 파도에서만 추락해도 다시 건져올리는 건 쉽지 않아 보였다. 요트에 장착된 네비게이션의 꽤 구형제품으로 정밀도는 상당히 떨어지는 편이었지만, MOB 버튼이 있어 사람이 바다로 추락한 경우 현재 위치를 저장하는 기능은 편리해보였다.

배멀미

션은 선실에서 멀미로 순식간에 파김치가 되어 누워있다. 아이들은 금방 적응해 꽤 쌩쌩한 편. 선내 가방에 두었던 전자해도가 들어있는 아이패드를 확인하기 위해 잠깐 선내에 들어갔는데 급격히 어지러워진다. 파도를 보고 몸이 대비하는 것과 파도를 보지 못한 상태로 흔들리는 것에는 확실히 차이가 있다.

전자해도

아이패드 프로 9.7과 아이패드 미니에 전자해도인 Navionics 차트를 준비했다. 문제는 항해 중에 아이패드 프로 정도의 크기를 다루기가 쉽지 않다는 것. 두손이 다 필요하거나 적어도 한손은 반드시 뭐라도 잡고 있어야 했다. 결국 아이패드는 어디엔가 단단하게 거치를 해두어야 하고, 잠깐잠깐 현재 위치를 확인하기 위한해도는 아이폰 안에 있어야 한다는 결론.

목적지

목적지는 밀나(Milna) 항. 젠타항에서의 거리는 약 19km. 5노트의 속도로 2시간 남짓 걸린다.

젠타항에 도착해 잠시 정박한 후 낚시 포인트로 이동하기로 했다. 만으로 살짝 들어간 곳에 앵커를 내리고 1시간 가량 낚시대를 드리웠다. 스티브가 햄과 치즈를 미끼로 삼십분 남짓 낚시를 드리웠지만 아무 소득이 없었다. 낚시만 하더라도 본격적으로 연구가 필요할 듯 하다.

요트에 조종간은 소형 요트용 틸러(Tiller steering, 막대형 조종간. 이와 달리 핸들형 스티어링은 휠 Wheel Steering)가 장착되어 있었다. 파도가 요트의 키인 러더를 치면 그 충격이 그대로 틸러로 전달된다. 배가 어떤 느낌으로 파도를 맞는지 그대로 전달되어 장점이 있지만, 오랜 시간 키를 잡고 있는데 일정한 힘을 내내 줘야 하는 점은 확실히 단점이다. 틸러형에 오토파일럿을 설치하는 경우 장비가 강한 힘을 지속적으로 견뎌내야 할 필요도 높아 보였다. 장거리 항해용의 경우 휠 스티어링이 나은 선택으로 생각된다.

귀환

3시경 젠타항 귀환을 위해 출발했다. 오전에 비해 바람이 다소 세졌고, 션은 선상으로 올라왔다. 처음엔 풍하 쪽 배측면에 앉아있다가 센터로 이동하던 중 중심을 잃고 기우뚱. 키를 놓고 얼른 잡아주었다. 바다 위에서는 잠깐의 방심도 확실히 아찔하다. 어두워지기 시작하자 해안선의 가로등 불빛과 항구의 표지가 잘 구분되지 않기 시작했다. 스플릿 등대 옆에 화재가 발생했다. 스티브가 몇해 전 스플릿 해안선을 따라 이어지는 산들에 큰 화재가 났었다고 말해준다.

저녁식사 초대

저녁에 스티브 네 부부로부터 저녁 식사 초대를 받았다. 큰 생선 2마리를 구이요리한 저녁이었다. 상당히 맛있었다. 직접 포도주도 담근다며 내주었는데, 레스토랑에 팔아도 될 정도의 맛이었다. 친하게 지낸다는 전직 스플릿 항만 공무원도 불러서 함께 마셨다. 요트경력이 오래된 시울프라는 별명의 유쾌한 할아버지였다. 적당히 마시고 가려고 했는데 몇번이나 붙잡아 그만 만취하고 말았다. 정이 많은 사람들과 함께 한 아드리아의 밤이었다.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