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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슴밥

by 맘씨 posted Jan 13,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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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에 먹은 밥이 얹혔는지 일하는 오후 내내 고생을 했다. 제대로 체했다. 한두 시간이면 나아질 것 같더니만 그 갑갑함이 저녁까지 지속되었으니 여간 괴로운 것이 아니었다.

퇴근해 집에 돌아왔지만 약을 먹어야 하니 저녁을 거를 수도 없다. 점심 때의 십분의 일도 안 되는 극소량의 밥에 무침나물 몇 가지로 겨우 식사를 마쳤다. 끙끙대며 침대로 기어들어가 웅크린 자세로 내내 누워있으려니 병자가 따로 없다. 걱정스레 손 마사지를 해주던 남편의 한마디.

"점심 도시락 밥을 너무 많이 싸가더라니.. 과식해서 언제 한 번 체할 줄 알았어."

맞긴 맞다. 속이 얹히고 체한 원인은 바로 내 대용량 도시락 밥이다. 남편 밥 양만큼만 잡아도 보통 수준일텐데, 나는 간혹 도시락 밥욕심을 호기롭게 부릴 때가 많다. 집반찬이 유난히 더 맛있게 되었다거나, 특식 메인을 싸갈 때면 그 호기로움은 더욱 커진다. 

언젠가 분주하던 출근길 아침이다. 점심에 간단히 참기름, 고추장 비벼먹을 요량으로 마구 통에 담았던 내 도시락 속 잡곡밥. 심하게 푸짐한 그 양에 남편도 아들도 딸도 깜짝 놀라기에 쑥스러워하며 변명한 적도 있다.

"나는 간식같은 거 안먹어서, 점심밥을 이 정도는 먹어야 힘을 낼 수 있어.. " 

내가 밥순이인 거야 가족도 친척도 지인들도 모두 아는 사실인데다 친한 친구나 동료들은 미리 내게 밥을 덜어준 후 식사를 시작하기도 했을 정도니, 내가 참 밥을 많이 먹는 사람이긴 했구나 싶다. 20대 때보다는 30대인 지금 전체적으로 먹는 양이 줄기는 했으나 밥만큼은 큰 양적 변화가 없었다. 그야말로 머슴밥이다. 

하지만 언제까지나 20대 때처럼 신진대사가 활발할 수는 없는 법. 계속 나의 소화능력을 과신하며 밥먹다가는 오늘같이 큰코 다치기 십상이겠다. 요새는 저탄고지, 저탄수화물 고지방 식이요법까지 유행하는데다가 적정체중 유지를 위한 성인 하루 탄수화물 권장량 역시 매 끼 밥 한 공기를 넘지 않아 보인다. 한국인은 밥심인데, 탄수화물에의 대접이 예전과는 조금 달라진 모양이다. 

밥순이로서는 아쉬운 일이지만, 나는 자라나는 성장기도 아니고 더이상 젊지 않은데다 예전처럼 칼로리를 활발하게 소모하는 때가 지나버렸다. 건강과 미용 및 기초대사량 등 모든 면에서, 과식과 탐식으로부터 한 발짝 물러나는 절제의 지혜를 가져야 할 때다. 

아니, 그 무엇보다도, 밥 잔뜩 먹고 얹혀 체해버리니 너무 아프고 억울해서 스스로가 짠하고 서글퍼진다. 힘들겠지만 이제부터는 밥, 의식적으로 적당량만 먹을테다. 머슴밥 이제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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