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핑용 냉동/냉장고가 있어 고민은 되었다.

얼음은 어차피 냉동고를 이용해서 만들면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었던 것.

하지만 제빙기라는 것이 어떤 물건인가. 물만 넣으면 10분이 채 되지 않아 얼음을 만들어주는 신비의 물건이다. 뜨거운 여름 태양 아래 땀을 잔뜩 흘리고 난 뒤라면 역시 금방 만들어진 얼음을 가득 채운 아이스아메리카노나 진저에일이 꼭 필요하게 되는 법이다.

만약 냉동고밖에 없다면? 미리 물을 아이스 트레이에 담아야 한다. 아이스트레이란 또 어떤가. 내가 오랫동안 제빙기 없이 얼음을 만들어보아 잘 안다. 일단 뭔가 잘 흘러넘친다. 조금만 기울여도 물이 주르륵 흐르고 만다. 아슬아슬하게 균형을 잘 잡았다 하더라도 냉동고 안에서 여기저기 부딪히며 기울어진다. 무척 신경쓰이고 거슬리는 작업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제빙기가 있다면 이런 번거로운 일을 피할 수 있다. 

차량용 저전압에서 사용 가능한 캠핑용 제빙기라는 것이 매력을 더해준다. 220V 만 사용할 수 있다면 사용처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12V를 사용할 수 있다면 차량 트렁크에 넣어 다닐 수 있다. 잠깐 전원을 넣고 얼음을 만들어낸다. 등산을 마친뒤 차량이 있는 주차장에 도착해서 거의 바로 얼음을 잔뜩 넣은 진저에일을 마신다. 이렇게 느낄 수 있는 청량감과 시원함이 등산의 목적이자, 우리가 살아가는 이정표이기도 하다. 시원함이 목을 타고 넘어가는 그 순간의 기억을 쉽게 잊을 수는 없다.

하지만 주문한 제빙기는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 주문한지 10일이 넘었는데도 안타깝게도 배송도 시작되지 않았다. 배송이 시작되었을지는 모르겠지만, 아직 배송 정보가 인터넷에 뜨지 않고 있다. 시원한 얼음이 몹시 기대되는 것만큼, 배송받지 못하고 있는 지금 이 순간, 배송에 대한 아무런 정보를 모르는 지금이 더 애가 타게 된다.

나의 제빙기여. 여름이 다 지나가기 전에 도착하기를. 얼음으로 가득 찬 큰 컵에 진저에일을 시원하게 따를 수 있게 되길. 아이스가 가득한 아이스아메리카노를 순식간에 만들 수 있게 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