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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종차별 때문에 괴로워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by 라키 posted Sep 28,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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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독일에서 살고 있습니다. 인종차별을 겪는 일이 가끔 있습니다. 무척 괴롭습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A>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서 인종차별이 없어진다면 너무도 좋겠지만 그건 아마도 불가능한 일일 겁니다. 모든 생명체들은 무리짓기를 좋아합니다. 동물의 세계에선 사냥터를 침범한 이웃을 물어죽이는 일도 빈번하게 일어납니다. 서로의 생명과 신체를 안전하게 지켜줄 수 있는 무리와 그렇지 않은 적들을 구분하는 건 생명체에겐 본능적인 일인 것 같습니다. 심지어 개미들조차 서로 다른 개미들끼리는 싸우거든요. 불개미, 흰개미, 검은개미들이 서로 싸우지 않고 차별없이 살아간다는 건 상상하기 힘들겠죠? 흰개미 무리에 떨어진 불개미는 금방 흰개미들의 저녁식사거리가 되어 버립니다.

우리 자신의 경우도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한국인은 다른 못사는 인종에 대해 차별없이 대우해주고 있다고 할 수 있을까요? 한국에서 외국인 노동자들이 겪는 일들을 생각해보면 우리도 참 심하게 차별하고 있다는 걸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우리는 백인들로부터 받는 차별에 대해 분노하지만, 동남아시아인들, 중국인들, 흑인들에 대해 하는 차별은 상당히 심한 편입니다. 독일에서 한국인들이 겪는 차별과, 한국에서 외국인 노동자들이 겪는 차별을 생각해보면 오히려 후자의 차별이 훨씬 심하고, 또 광범위하다는 반성의 목소리도 큽니다.

사실, 인간들이 다른 인간을 차별하는 것은 본능에 가까운 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친구를 사귀고, 결혼을 하고, 살 지역을 고르고, 아이들이 다닐 학교를 선택하는 것들 같은 개인적인 차원의 결정에서의 결정부터 시민권자와 외국인과의 사이를 규율하는 제도나 법에 이르기까지 모든 사람, 모든 지역을 동일하게 한다는 건 사실 힘든 일이니까요. 예컨대, 한국에서 흑인이나, 동남아시아인을 사랑하는 한국 여성이 아무런 편견이나 차별없이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 살아갈 수 있는 평등한 사회가 되는 건 꽤 오랜 시간 불가능할테지요.

또 생각해봐야 할 문제는 우리가 서구 문명으로부터 배운 것이 많고, 앞으로 배워야 할 것들이 여전히 많다는 것입니다. 르네상스 이후 유럽문명이 급속하게 발전하고 인류를 자연의 여러 제약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해주었습니다. 지금도 과학 문명, 기술 문명에서부터 법과 제도적인 측면에 이르기까지 인류를 선도하고 있는 영역들이 많지요. 그런 성취들을 인정해주어야 한다고 봅니다. 그들은 전쟁을 포함한 여러 경쟁에서 승리했고,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그들이 성취한 것들을 다른 사회에도 나누어주고 있습니다. 예컨대 메르켈은 보통의 국가는 상상하기 힘든 규모의 난민을 받아들이는 이타적 결정을 내리기도 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그들의 선행의 결과 그들에게 이익이 되는 부분도 있으니 이타적 행동에 큰 의미를 두어서는 안된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건 그렇지 않습니다. 예컨대, 난민을 받아들인 결과 장기적으로 독일의 노동력 부족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 등등. 하지만, 노동력 부족의 문제는 난민을 받아들이는 위험한 방법보다 훨씬 안전한 다른 수많은 방법들이 있습니다. 난민의 대규모 수용은 심지어 정치인 스스로에게도 정치적으로 매우 위험한 행동입니다. 많은 난민을 받아들이자는 결정을 좋아할 투표권자는 별로 없죠.

이타적 행동은 그 자체만으로 좋은 결과를 가져옵니다. 이타적 행동을 결정한 결과 그 사람에게 유리한 부분이 있다고 해서 이타적 행동의 가치가 떨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그런 비난은 사회적으로든, 도덕적으로든 허용되어서는 안됩니다.

다른 이기적 행동이 가능함에도 이타적 결정을 내린 것이라면, 그것은 충분히 칭찬받고 격려받아야 하는 일입니다. 서구문명이 완벽하지 않지만, 그들이 이기적 결정들만 내려왔다면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아마 더 완벽한 지옥의 모습을 갖고 있을테지요. 

현대 서구 사회에서 그래도 나름대로 정치적 운동의 주류로 자리잡은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 PC) 운동이 있습니다. 요즘은 조금씩 쇠퇴해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지만 그래도 대다수의 공적인 인물이 '일체의 차별적 언어와 활동을 바로잡자는' PC에 반하는 언행을 공공연하게 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2차 세계대전에서 일본과 나치가 승리한 것을 가정한 드라마가 있습니다. 그랬다면, 한국으로서는 비극이었겠지만,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이니까요. 제목은 The Man in the High Castle 입니다. 여기에 이런 장면이 있습니다. 일본 점령지인 캘리포니아에서 백인이 버스에 올라타려고 하자, 경찰관이 제지합니다. 그 이유가 재미있는데요. 동양인이 먼저 타야 하니 백인은 기다려야 한다며, 동양인(일본인)이 버스에 오르자 그제서야 백인이 버스에 오를 수 있었죠.

만약 일본이 2차 세계대전에서 승리했더라도 지금 서구사회의 PC 운동이나 이와 비슷한 운동들이 생겨났을까요? 저는 조금 부정적으로 봅니다. 일본은 나름대로 많은 장점을 갖고 있기는 하지만, 서구 문명이 겪어낸 다양한 경험들과는 다른 길을 걸었습니다. 아마 나치 독일과 일본의 우생학 연구가 학문의 주류가 되었을 수도 있을 가능성도 있겠지요. 왜 일본인이 우수할 수 밖에 없고, 세계를 지배할 수 밖에 없었는가에 대한 연구들 말이죠.

 

어쨌든, '인종차별이 존재할 수 밖에 없는' 현실에 지나치게 상처받지 않기 위해서는 '현실'과 '이상'을 구분하는 것이 좋은 방법인 것 같습니다.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명체에게 차별행동은 불가피하다. 왜냐하면 그것이 생명과 신체를 안전하게 유지하고 보호할 수 있는 길이었거든요. 인종차별을 당할 때 우리가 남에게 했던 인종차별을 생각하면 정신건강에 도움이 됩니다. 인종차별이라는 것이 꼭 악한 마음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깨닫게 해주거든요. 그런 반성은 '나는 한국에 돌아가면 절대 그렇게 안해야지'라는 선한 행동의 자극제가 되기도 합니다. 우리 사회가 좀더 힘을 길러야겠다는 다짐도 도움이 됩니다. 인간은 힘을 가진 사람에게 약하고, 힘이 없는 사람에게는 강합니다. 약육강식이라는 건 옳다 그르다의 문제가 아니라 본능의 문제이기도 하니까요.

인종차별은 불가피하니까 받아들이자는 취지가 아니라는 점을 부연합니다. 인종차별이 없는 이상적인 세상을 만들어가기 위해서 우리 자신과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을 보다 명확하게 깨닫는 것이 도움이 된다는 것입니다.

 

아무리 그래도 마트에 계란을 사러 갔는데 백인 캐셔가 나에게만 '할로'를 해주지 않는 (것 같은) 일을 당하는 것은 괴로운 일입니다. 몇차례 그런 것 같은 느낌?!을 받고, 그것에 괴로워 하는 내 모습을 보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상대방에게 '할로'를 하지 않을 기회를 주지 말자. 어떻게? 그건 바로 내가 먼저 '할로'를 하는 것이었습니다. '할로'로 캐셔를 먼저 배려하니 상대가 날 배려하지 않는 것 같은 행동으로 상처받는 일은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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