짱구는 못말려 유아사 마사아키 감독의 넷플릭스 오리지널 작품. 

전체적으로 자연스러운 작화. 특별히 인상적이라거나, 대단히 아름답다거나 하는 건 없다.

문제는 스토리. 보다 보면 이걸 재난 만화라고 이름붙이는 건 불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가령 이런 식이다.

장면 1. 스타디움 탈의실에서 대지진이 일어나 동료들이 거의 모두 죽는다. 이미 전기는 완전히 나간 상태. 어떻게 주변을 보고, 어떻게 탈출할 수 있었는가?

장면 2. 비행기는 강에 비상착륙하고 구명 보트로 탈출하는데 쓰나미가 온다. 주인공 엄마는 구명조끼도 입지 않고 뛰어들었는데 물에 빠진 아이까지 구한다. 그러니까 어떻게?

장면 3. 주인공 가족은 그저 달릴 뿐, 빌딩이 무너지고 도로가 끊겼는데 어떻게 집 주변까지 올 수 있었는가?

장면 4. 아름다운 불빛으로 장식한 신사의 계단. 전기는 어디서? 장비는 어디서? 설령 배터리래도 가족 신호라며 그 와중에 에너지를 그렇게 낭비할 수 있을까? 딱 봐도 핸드폰 500대는 거뜬하게 충전할 수 있을 전기량이다.

장면 5. 물이 올라온다며 안전한 곳으로 이동해야 한다지만, 물은 보이지 않는다.

장면 6. 물한통 없는 상황에서 숲으로 가자는 말 한마디에 갑자기 배경이 숲으로 바뀌고, 갑자기 먹을 물이 샘솟는다. 아니 하늘에서 떨어진다. 멧돼지가 공격하다 갑자기 밥이 된다. 그때쯤 깨닫는다. 아. 이건 재난 영화라기 보단, 재난을 배경으로 한 어린이물이었구나. 재난으로 인한 어려움을 동화적 상상력으로 이겨내는 그런 작품.

장면 7. 마를 파다 죽은 아빠. 에너지를 극도로 절약해야 할 재난 상황에서 마를 중간에 끊으면 안된다며 키까지 파고, 또 삽은 갑자기 어디서 났는지. 평상시 맛기행을 와도 그렇게는 안할 듯. 그러다 손만 남기고 허무하게 가버린다.

뭐, 어떤 재난 상황을 보여준다는 데 의미가 있다. 그걸 어떻게 헤쳐나가는가 하는 걸 동화적으로 그렸다고 감독에게 뭐라할 수 없다.

애초에 열도가 침몰한다면 거의 모두 죽은 목숨인 걸. 동화적인 방식이 아니면 애초에 제대로 살아남긴 힘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