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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231

by 맘씨 posted Dec 31,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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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의 마지막 날이다.

최근 몇 년간의 12월 31일에는 대부분 휴가를 내고 집에 머물렀다. 크리스마스 이브에는 출근을 평상시처럼 해도, 해가 마무리되는 날에는 집이 아닌 사무실에 앉아있기가 싫었다. 그렇다고 바다에 해돋이를 보러 가거나 매번 가족 여행을 떠난 것도 아니었다. 그저 집안에서 차분히 1년을 돌아보며 나만의 송별 의식을 치루는 시간으로 삼았다고나 할까.

그래서 2020년의 오늘 12/31일도 휴가다. 오늘의 쉼을 위해 12월 한 달 공백없이 일했기에 더욱 각별하게, 귀하게 느껴지는 하루다.

 

여유롭게 일어나 식사 후 차 한잔을 하고, 음악을 들으면서 집안 청소를 한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송년 인사가 담긴 이메일과 메시지들을 보낸다. 일기 몇 개를 끄적이며 지난 일들을 되새김하고, 맞이할 새해의 작은 다짐들을 하나 둘 씩 머리에 정리해본다.

아이들이 ZOOM으로 온라인 방학식을 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앞으로 약 3주간의 방학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함께 간식을 먹고 복주머니를 만들고, 하모니카를 불고 체조도 같이 하며 집안에서의 평범한 일상을 나눈다. 크게 대단할 것 없는 일과이지만 몸도 마음도 편안함으로 푹 쉬어지는 것 같다. 

유래없던 전세계적 질병 코로나19로 인해 안팍으로 힘겨웠던 한 해다. 조심하며 지냈음에도 늘 불안했고, 가족들에게 전염병의 여파가 성큼 다가와 일상을 완전히 바꾸어 놓기도 했다. 마음 편히 보내던, 늘 당연하게 소소하던 일과들이 완전히 뒤집혀 버렸다. 걱정과 피로도는 나날이 심해졌다. 그 어떤 해가 이렇게 먹먹하고 안타까우며 허탈할 수 있을까 싶다. 

내년은 이번 해보다는 모든 면에서 나아지겠지. 계속 꾸준히 늘어나는 확진자 소식에 마음은 무겁지만, 반드시 좋아질거라는 희망과 기대를 버릴 수는 없다. 이 무섭고 끈질긴 바이러스가 완전히 사라지는 때, 우리 인류는 한 단계 위대한 도약을 하게 될 것 같다. 그 날이 내년에 꼭 와주기를 기도하는 마음이다. 

오늘 송년의 밤, 가족들과의 저녁메뉴를 궁리해본다. 크리스마스 이브에 차려먹었던 연어스테이크 및 파스타, 닭요리와 떡볶이는 목록에서 제해야겠다. 정갈한 가정식 찌개백반에 고기요리 하나를 메인으로 해서 푸짐하고 따뜻하게 먹어야지. 2020 해 마무리를 축하하는 의미의 샴페인도 한 병 놓아두고. 

송년회에 음악이 빠질 수는 없겠다. 얼마 전 접한 아이유의 노래 <자장가>의 가사가 심금을 울려서 자주 듣고 있는 중이다. 저물어가는 오늘의 밤, 한 해동안 우리 모두 고생 많았다는 차분하고도 따스한 위로처럼 들린다. 

등을 토닥여주는 듯한 가사처럼,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음색처럼, 감사한 하루, 단란하고 조용한 2020년의 마무리다. 당황과 어려움 속에서도 모두가 열심히 잘 살아낸 이번 한 해, 새해에는 가족들과 지인들, 주변 많은 이들이 더욱 편안하고 행복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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