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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숲에서 큰애 실종됐던 날- 2017.02.28

by 맘씨 posted Mar 01,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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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의 마지막 날이던 오늘은 우리 식구에게 굉장한 사건이 있었다.


아침밥을 먹고 설거지를 한 후 진이와 이야기를 나누는데 진이 앞머리가 삐뚤빼뚤 잘려져 있다. 

예전에도 전력이 있었기에 "진이 왜 또 혼자 앞머리를 잘랐어?" 하니, 눈물을 글썽거리고 신경질을 내며 자기는 안했다고 고집을 부린다.

간혹 이런 거짓 눈물고집이 나오는 것을 알기에 엄하게 혼을 내고, 계속 거짓말을 하면 체벌을 한다하며 엄하게 꾸짖으니 갑자기 진이가 눈앞에서 감쪽같이 사라져 버렸다.


숙소 안을 가족 모두 함께 20여분 찾다가, 한두 번 산책을 나갔었던 바로 앞 숲을 뒤져보기로 결심.

꽤 깊은 숲이고, 멧돼지도 출몰하는 곳이기에 독일인들도 큰 개와 함께 산책하는 곳이다.

걸어서는 도통 발견이 안 된다. 결국 차로 왔다갔다 하며 경적도 울리고 소리도 질러보지만, 흔적이 없다.

아이가 사라진 시간은 어느덧 한시간 반을 넘어간다. 작은아이를 숙소 안에 있으라 이른 후 다시 한 번 주변을 샅샅히 뒤진다. 없음을 최종 확인한 후, 함께 찾아봐주던 주인집 할머니와 아들 세바스티안에게 도움을 청해 독일 경찰에게 호출을 했다. 아이의 실종시간, 나이, 국적, 인적사항 및 외모 등을 할머니가 자세히 경찰에게 설명하니, 경찰이 소년 하나를 찾아 보호하고 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모두들 가슴을 쓸어내리고-나는 펑펑 울며- 숙소의 주소를 알려주고, 세바스티안과 함께 차를 타고 경찰서로 가려던 길에 진이를 뒷자석에 태우고 도착한 경찰 두 분을 딱 만났다.

경찰 왈 진이가 숙소에서 2킬로 가까이 떨어진 숲길에서 길을 잃고, 손자 및 개 두마리와 산책중이던 한 할머니를 만나 함께 있었다는 것이다. 이름모를 그 할머니께서 경찰에 숲 위치를 알려 신고를 해주고, 경찰이 도착할 때까지 함께 있어주었다 한다.

경찰들은 경황이 없는 내게 여권 및 이런저런 정보를 묻더니, 세바스티안의 자세한 설명과 중재로 자세한 추궁 없이 Alles Klar! 하며 돌아가신다.

진이가 다친 곳이 없는지 확인 후, 주인집 할머니와 세바스티안에게 감사 인사를 계속 전했다. 점심 내내 진이 찾는것을 함께 도와주신 할머니, 흙에 엉망이 된 부츠까지 깨끗하게 씻어주시며 계속 다행이라고, 위로를 건네주시며 웃어주신다. 


진이는 혼자서, 우리가 같이 했던 산책길보다도 훨씬 더 깊은 곳으로 걸어갔던 것이다. 천만 다행으로 길을 헤매면서도 민가가 있는 쪽으로 걸어나가, 그 지역 주변의 할머니와 손자를 만난 모양이다. 반대로 걸어가 계속 헤매었다면 정말 야생의 깊은 숲쪽으로 들어가 찾기가 정말 어려웠을 수 있었다.

숲은 표지판들 및 산책로가 잘 표시되어 있고 구획도 잘 나뉘어져 있었지만, 한 번 경로를 헷갈리면 돌아오기가 꽤 어려운, 제법 깊고 울창한 숲이었기 때문이다. 독일인들조차도 큰 개를 동반하지 않고는 산책을 잘 나오지 않을 정도이니 말이다.

진이가 2킬로미터나 헤매는 와중에도 친절한 사람들을 발견하고, 도움을 받아 바로 경찰이 숲까지 출동해준 것은 그야말로 천운이나 다름없을 것이다. 독일이 어린이에게 특히 나이스하고 도움을 주려는 느낌을 많이 받았는데, 오늘 일로서 그 마음이 더욱 커졌다. 


숙소로 돌아와 늦은 점심을 해먹으니 장대비가 내린다. 아이를 찾아 헤맬 때는 비가 안 내렸는데, 또한번 다행이다 싶다.

진이는 오늘 하루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혼도 또 나고, 후회도 하고 하며 많은 것을 배운 모양이다.

독일에 와서 아직 제대로 뛰어놀지도, 친구를 사귀지도, 여행을 하지도 못하는 상황이 나름 답답하긴 할 터.. 하지만 오늘처럼 말없이 숲으로 훌쩍 사라지는 행동이 얼마나 위험하고 많은 사람들에게 민폐를 끼치는지는 본인이 확실히 반성해야 할 부분이니, 엄하게 일러두었다. 


독일 3주째, 채은이의 작은 화상사고에 이은 진이의 두 시간 실종사건이었다. 다행이고, 주변 모두에 감사하며, 조심하며 생활해야겠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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