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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10주기

by 맘씨 posted Oct 19,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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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년 10월 19일은 친정아버지 돌아가신지 10주기가 되는 날이었다. 아빠 임종을 지키며 가시는 마지막 모습을 보고, 온 가족 슬픔 속에 상을 치뤘던 기억도 어느덧 10년이 넘어간다. 

 

 좀 더 오래도록 우리들 곁에 머무르셨다면 참 좋았을 것을. 투병하며 아프실 적에는 보기가 안쓰럽고 괴로워서 내내 먹먹하고 텅 빈 기분으로 살았는데, 돌아가시고 나서는 그리움과 공허함이 한층 더 심해져 고통스러운 느낌이었다. 떠난 사람은 말이 없고 남은 사람은 오롯이 그 추억과 흔적을 떠안고 곰씹으며 살아간다.

 

 더 잘 해드리지 못했다는 후회와 자책의 심정은 꽤나 오랫동안 나를 힘들게 했고 아빠가 계셨다면 어땠을까 하는 가정의 상상 역시 문득문득 툭툭 튀어나와 마음을 아프게 했다. 원래도 눈물이 많은 나는 아빠 생각만 하면 여지없이 두 눈가가 붉어지고 만다. 내가 멘탈이 강한 사람이 아니란 것을 돌아가신 아빠가 자꾸 일깨워 준다. 

 

 살아계셨다면 63세이실 아버지다. 손주가 넷인 할아버지이자, 자유롭고 편안하게 은퇴 후의 생을 즐기며 가족들을 챙겨주셨을 아버지다. 생전에 가고싶어하셨던 몰디브에도 훌쩍 다녀오셨을 거고, 딸들 생일에 미역국 끓여주시며 스테이크나 랍스타 요리도 해주셨을 거다. 손자손녀 학교 입학할 때, 학교 임원되고 상장받고 할 때마다 축하하고 함께 기뻐하셨겠지. 자전거로 친구들과 전국 일주도 하시고 가을에는 좋아하시는 설악산에 단풍 보러도 다녀오셨을 건데. 

 

 아빠가 부재했던 지난 10년의 세월이 참 빨리도 흘러간 것 같다. 특별할 것 하나 없이 매일매일을 비슷하게 살았지만 아빠 생각을 안한 날은 거의 없었다. 일상적인 그리움, 일상적인 떠올림이다. 그래도 살아가며 나도 한층 단단한 내공이 쌓였는지, 생각날 때마다 마냥 슬프기만 하던 기분이 이제는 좀 편안해지고 부드러워졌다. 아빠가 보고싶다의 단순한 심정에서 아빠라면 어떻게 하셨을까의 대입적 관점을 점점 더 많이 끌어오기도 한다. 

 

 10주기 저녁을 그냥 보낼 수는 없었기에 생전 아빠가 좋아하시던 음식으로 상을 차려 먹으며 아버지를 기렸다. 즐겨 잡수시던 브랜드의 막걸리도 한 통 올렸다. 아빠의 산소는 없지만 강원도를 흐르는 강물이 아빠를 담고 있는 셈이니 더욱 크고 넓고 각별한 의미가 있다. 천국에서는 사랑하는 엄마와 더 다정하고 재미나게 자연을 벗삼아 지내고 계실거라고 생각해본다.

 

 이렇게 아버지 10주기가 지나갔다. 일상은 계속되고, 시간도 세월도 계속해서 흐른다. 남은 우리는 그저 이렇게 생전 당신 모습과 기억들을 떠올리며.. 생긋 피식 웃기도 하고, 가끔은 눈물바람하며 울기도 하면서.. 하루하루를 값지게 살아내는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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