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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섬옥수

by 맘씨 posted Oct 22,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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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은 사람의 많은 것을 말해준다. 하는 일, 취미, 습관과 생활방식에 따라 손도 다 다른 생김새를 갖고 있다. 요리하는 이의 손과 글씨를 쓰는 이의 손이 다르고, 농업인의 손과 어업인의 손이 다르며, 노동자와 학자의 손이 다른 결을 가진다. 신기하게도 그 사람의 분위기와 손은 외양도 느낌적으로 비슷하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그래서인가 나는 사람을 만날 때면 그 사람의 손에 눈길이 잘 간다. 단정하고 깨끗한 손을 보면 그 사람에게도 일단 호감이 간다. 대화를 할 때 손을 많이 사용하며 소통하는 사람들도 간혹 있는데 그때마다 나도 손을 눈으로 좇으며 반응하곤 한다. 상대방의 손동작이 풍성하고 큼직큼직하면 더 이야기에 집중하게 되는 듯하다. 

내 손은 손가락은 긴 편이지만 그다지 예쁘지 않다. 손도 세월따라 변하는지 20대까지는 그럭저럭 볼 만 했던 것 같은데, 지금은 손가락도 굵어지고 살짝 거칠어져 평범한 아줌마의 살림하는 손이 되어버렸다. 업무상 펜을 많이 쓰는지라 오른손엔 굳은살도 많아졌고, 손톱을 예쁘게 관리해본 적은 어언 10년이 넘어가는 듯하다. 

기억에 친정엄마가 손이 얇고 보드라워서 엄청 예뻤다. 아빠도 엄마는 손도 예쁘다며 애정어린 말을 자주 하셨고, 손 상한다고 설거지도 잘 안하게 하셨더랬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동생도 나도 엄마 손은 안 닮았다. 나는 길쭉하고 큰 손, 동생은 손가락이 짧닥한 하얗고 귀여운 손이다. 가족들의 손 생김이 모두 다른 건 참 희한한 일이라고 생각하며 살았다.

매일 붙잡고 손바닥 마주치며 살아가는 남편과 아이들의 손을 본다. 남편의 손가락은 길지 않고 전체적으로 크지 않은 손이다. 손가락이 짧아서 기타배울 적에 꽤나 힘들었단다. 그래도 결이 곱고 깨끗한 손이라 마음에 들고, 깍지를 껴서 잡을 때 착 맞는 느낌이라 또 좋다. 나에게는 너무 편안하고 익숙한 정감가는 손이다. 

둘째는 손마저도 남편과 꼭 닮아 흡사 축소판 같다. 작고 야무진 손 모양새에, 붙잡으면 토실하면서도 단단한 느낌이 난다. 단풍잎처럼 가녀리고 조그맣던 손이었는데, 언제 이렇게 어린이의 손이 되었나 싶다. 최근에는 손톱들에 봉숭아물을 들여 환하고 귀여운 면이 배가된, 깜찍하고 도톰한 소녀의 손이 딸의 손이다. 

이제 내가 매번 눈길을 주며 감탄하는 큰애의 손. 섬섬옥수라는 표현이 딱 들어맞는, 하얗고 가느다란 아들의 손이다. 손가락은 굳은 살 하나 없이 일자로 길쭉이 뻗었고 손톱은 타원형으로 길고 둥글게 자리잡았다. 손가락 마디마디가 길고 얇아서 갸녀린 느낌에, 손등과 손바닥은 어찌나 보드라운지 세게 붙잡으면 안될 것만 같다. 

우리 부부 사이에서 나온 아들 손이 맞는지 신기할 정도로 곱고 예쁜 자태의 그 섬섬옥수는, 계속 어루만지고 싶고 쳐다보고픈 그런 손이다. 볼수록 아들의 전체적인 외모와 두 손이 참 많이 닮았다는 생각도 든다. 역시 손은 사람의 분위기를 따라가는 것일까. 아들과 잘 어울리는 그 섬세한 손, 계속 잘 관리되고 오랫동안 그 모습으로 간직된다면 좋겠는데 말이다.

물론 계속 커가며 그 섬섬옥수에도 굳은살이 박히고, 생채기가 나고, 나이의 풍파를 맞으며 조금씩 변해갈 것이다. 아이가 나중에 어떤 일을 하고 어떤 취미를 가지며 살아갈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되도록이면 오랫동안 그 곱고 예쁜 손의 어여쁨과 부드러움을 간직했으면, 하는 엄마의 바람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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