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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기억

by 맘씨 posted Nov 10,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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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나와 가족에게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운이 좋게도 지난 10년간 참 많은 곳에 다녔고 덕분에 멋진 추억, 귀한 경험들을 다양하게 남길 수가 있었다. 

남편과의 첫 여행은 결혼을 얼마 앞둔 한여름 때였다. 3일 정도 강원도를 자동차로 다녔다. 경치며 공기도 청량하니 좋았지만 우리가 묵고 떠나기만 하면 기다렸다는 듯 그곳에 비소식이 들려와 참 신기했던 기억이다. 그 때는 스마트폰도 없었고, 네비게이션과 주변의 추천 및 우리의 즉흥적 감을 더해 자유롭게 여행했다. 

결혼 후에는 국내 캠핑과 비박에 푹 빠졌다. 주말부부라는 한계가 있었지만 개의치 않았다. 참 젊었었다. 금요일 밤마다 여기저기 캠핑장과 비박지를 찾아다녔다. 유명산, 연인산, 지리산, 비슬산.. 밤하늘 반짝이는 별을 보며 야영하는 것이 낭만적이고 매혹적이었다. 

아이들이 태어나고서도 우리는 밖으로 많이 나갔다. 둘만 다닐 때보다 배로 힘들기는 했지만 매번 인상적인 주말의 추억으로 남았다. 연년생 낳아 기르는 육아 스트레스가 여행지, 야영지에서 바깥 공기를 쐬고 몸을 움직이면서 많이 해소되었다. 작은 등, 혹은 모닥불 아래 기울이며 나누던 술잔. 참 많은 이야기가 오갔다.

이 즈음이다, 우리 부부가 첫 해외여행을 나섰던 때가. 손주들을 길러주신 다정하신 시댁 덕분에 아이들이 많이 어렸음에도 남편과 미국 서부 본토를 여행할 수 있었고, 동생도 합세해 하와이섬에 다녀올 수 있었다. 한겨울의 캐나다에서도 며칠씩 여행과 캠핑을 하며 지내다 올 수 있었으니 그저 감사하고 꿈같은 일이었다. 

광활한 대자연의 요세미티와 인요국립공원에서 열흘간 걸었던 존뮤어트레일. 

아름다운 캘리포니아의 해안도로 서부여행. 

태초의 자연미를 간직한 카우아이섬의 해변캠핑과 칼랄라우 트레일.

뜨는 해를 마주했던 할레아칼라 산, 마우이섬 곳곳에서의 야영. 

끝없이 눈 덮인 캐나다 로키산맥에서의 캠핑카여행까지.

이 때의 여행 기억들은 평생토록 남을 우리의 이야깃거리이자 가슴에 쭉 안고 살아갈 대자연 속에서의 강렬한 추억들이다. 

이후에는 다시 국내 여행지를 좋아하는 곳으로 많이 돌았다. 강원도 전역과 안동, 경주, 포항 및 경북 내륙까지 구석구석을 열심히 돌아다녔다. 어머니같은 산, 지리산 종주를 몇 회 하면서 천왕봉의 일출을 보았다. 바다가 보고플 때는 여수, 울산, 진도, 통영 및 남해와 부산 여행을 했다. 

사랑하는 여행지 제주도. 이 곳엔 여유가 될 때마다 열심히 찾으며 우리만의 방식대로 짧막짧막한 제주살이를 즐겼다. 우리는 이틀을 야영하고 하루를 실내숙소에서 묵는 여행사이클을 유지해 왔고, 산이나 강, 바다와 가깝게 즐기는 코스를 선호한다. 아이들 저학년 때까지 이런 식의 가족여행을 쭉 했고 순간순간 사진도 참 많이 남겼다. 

3년 전인 2017년 한 해를 독일에서 살면서는 유럽 전역을 일상처럼 여행할 수가 있었다. 독일 초등학교가 출결에 매우 엄격해서 아이들 방학때만을 이용해야 하긴 했지만, 부부 모두 휴직과 연수의 시간이었기에 학업이나 일이 빡빡하지 않았고 상대적으로 여행을 즐길 시간은 많았다. 유럽 살면서 여행만큼은 후회없이 하자, 본전을 뽑아보자는 그런 심정이었던 것이다.

나라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유럽대륙인 덕분에 비행기 없이 자동차만으로 몇 국가씩을 한 번에 여행하기가 쉬웠다. 유럽은 여행과 역사와 낭만의 대륙이다. 독일의 서남부에 살았던 우리는 독일 내륙 본토 탐방을 시작으로 하여 가까운 스위스와 오스트리아부터 점차 여행의 반경을 늘려나갔다. 

계절이 아름답던 여름에는 독일 숲에서 캠핑을 많이 했고, 프랑스와 이탈리아, 스페인을 쭉 여행했다. 가을에는 벨기에와 룩셈부르크, 네덜란드를 다녔다. 겨울의 문턱 때 덴마크와 노르웨이를 향하며 페리에 차를 싣고 북해를 건넜다. 귀국 전의 한겨울에는 동유럽의 슬로베니아 체코 슬로바키아 헝가리 및 크로아티아에서 유럽의 정취를 즐겼다. 

그렇게도 많은 나라와 지역과 여러 명소를 다녔는데 다행히도 여전히 우리 식구들에게 여행의 잔상들은 생생하게 남아 있다. 아이들의 기억이 커서까지 뚜렷할 초등학교 2,3학년때라 다행이었다. 유럽의 이곳저곳이 헷갈리지도 가물거리지도 않고 모든 곳이 사진처럼 확연히 떠오른다. 

튀빙겐의 강가, 보덴 호와 검은 숲. 천국같던 아그드의 해변. 코모 및 제노아의 풍경과 산레모의 바다 물빛. 인터라켄 산등성이와 터널, 할슈타트의 맑은 호수. 친절하던 네덜란드 사람들과 페리. 로마, 피렌체, 바르셀로나의 건축물들과 호젓하던 지로나 수도원. 배로 건너던 북해의 세찬 파도. 노르웨이의 눈덮인 장관 산들과 끝도 없던 폭포, 플리트비체의 신비함, 헝가리의 화려한 야경과 크로아티아에서의 바다요트. 모두가 자꾸만 곰씹고 또 되새기는 기억들이다. 

무엇보다도 독일, 우리가 살던 튀빙겐의 동네 구석구석은 내 마음 깊숙히 자리잡고 있다. 창밖으로 바라보던 정겨운 마을 풍경과 산등성이 능선. 해질녁부터 고요해지던 거리가 자주 떠오른다. 

봄꽃의 향연과 온 주변과 녹음이 찬란히 빛나던 여름. 짙은 회색 구름이 공기를 무겁게 적시던 늦가을부터 추웠던 겨울의 그 냄새들. 

옹기종기 모여 살던 우리의 작은 독일집과 바뀌어가던 계절의 작은 나뭇가지 풍경까지 때때로 그리워진다.

아이들이 초등 고학년이 되었고, 요즘같은 시기에는 해외를 다닐 기회가 그리 많지 않아 보인다. 그러니 그간의 기록과 사진이 있어 얼마나 다행인지. 우리의 10년 넘는 기간 동안의 다채로운 여행기들을 그 곳이 그리워질 때마다 꺼내볼 수 있으니 말이다. 

여행을 통해 더 넉넉한 마음을 갖게 되고, 좀더 넓은 세상을 알게 된 나다. 당연하게만 생각했던 것들의 소중함을 알았고, 특색있는 지역들의 역사와 풍토와 문화를 접했으며 자연이 얼마나 광활하고 아름다운지도 배웠다.

여행의 모든 순간은 내게 청춘의 경험이자 귀한 배움이었고 환희어린 감탄이었다. 특별한 생활이 되어줌과 동시에 아주 일상적인 일기처럼 다가오기도 했다. 

무엇보다도 그 모든 여행들이 사람을 만나고 사람과 함께하는 시간이었다. 여러 분야와 성향의 사람들과 함께 어울리고 공유하면서 더 여행을 즐길 수 있었다. 덕분에 나도 자라고 우리 아이들도 자랐다. 그래서 참 고마운 여행이다. 나와 우리 가족 모두에게. 

다시 마음껏 여행할 날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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