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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너스의 담요

by 맘씨 posted Dec 19,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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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스 먼로 슐츠의 만화 "피너츠"를 좋아해서 그 안의 캐릭터들에 정감을 갖고 있다. 1950년부터 2000년까지 그려진 만화이니 부모님 나이대부터 인기를 끈 작품인데 스토리와 작화, 대사, 문구들이 따뜻하고 공감이 가기에 세대를 어우르며 사랑받는 것이 아닐까 한다. 움베르트 에코가 평한 "성인 세계의 희노애락을 담고 있는 아름다운 동시"라는 표현이 잘 어울리는 그런 만화다.

스누피와 찰리 브라운, 우드스톡, 샐리와 루시, 슈로더와 패티, 마시 모두 사랑스럽지만 라이너스가 내 눈에는 유난히 마음이 간다. 찰리 브라운의 가장 절친한 친구로서 고민을 잘 들어주고 조언하는 침착한 캐릭터인 라이너스는 언제나 자신의 애착담요를 분신처럼 가지고 다닌다. 차분하고 때론 현실적이면서도 냉정한 라이너스의 성격과는 상반되는 행동인데, 나로서는 그 모습이 유독 귀엽게 느껴진다. 

이런 어린시절부터 쓰던 특정 물건에 집착하는 심리현상을 그의 이름을 따 라이너스의 담요(Linus blanket)라고 한단다. 애착있는 물건을 몹시 소중히 다루며, 몸에서 물건이 떼어지면 불안해하고 예민해지는 현상이다. 나도 어릴 적 아빠가 사주신 곰인형 하나를 굉장히 애정하며 늘 옆에 두고 있었고 주변에도 그러한 애착 물건을 분신처럼 갖고다니는 어린이들이 있었다. 

우리 아이들에게도 라이너스의 담요와 같은 애착 사물이 있었나 생각해본다. 초창기에는 큰애의 공갈젖꼭지가 있었다. 생후 몇 개월 아기였을 때부터 큰애는 허전할 때나 심란할 때, 울고싶을 때마다 목에 걸린 공갈젖꼭지를 제손으로 잡고 물며 마음을 가라앉히는 듯 해보였다. 그 모습이 우습기도 귀엽기도 해서 사진도 많이 남겼고 지금도 생생히 장면이 떠오르곤 한다. 

어머님이 사주신 남매 인형 하나씩도 아이들의 애착 품목이었다. 늘 곁에 두고 잤고, 독일생활 중에도 각자의 가장 소중한 보물이었다. 거기에 더해 첫째 어린시절 늘 함께했던 원숭이 아기띠, 그리고 아기 시절 감기들거나 춥지 말라고 몸에 둘둘 말아 끈으로 고정해줬던 복슬복슬한 미니 담요도 생각난다. 

유아, 아동기를 거치면서는 물건들에 대한 아이들의 애착의 정도도 사용빈도도 확연히 낮아졌다. 여전히 소중하게는 생각하고 곁에 두지만, 이제 더이상 아이들에게 라이너스의 담요라고 함직한 물건은 없는 것 같다. 유년기를 지나 청소년기의 문턱에 서있는 아이들이다. 몸도 마음도 자라고 커가니 당연한 일이다.

그렇게 한동안 잊고지냈던 라이너스의 담요를 이렇게 다시 떠올리게 된 건 사소한 일상 덕분이었다. 훌쩍 큰 우리 집 첫째를 보면서다. 내내 집콕생활중인 요즘 집에서 얇은 내복만 입은 채로, 부들부들한 극세사 담요이불을 로마인마냥 치렁치렁하게 두르고 다니는 아들. 몸집은 이미 어린이가 아니나 이불을 몸에 걸쳐 둘러싼 그 모양새는 흡사 담요와 함께하는 라이너스같아 보이는 거였다. 

엄마의 최애 캐릭터가 담요 든 라이너스인 걸 아들은 몰랐을텐데. 거실을 휙휙 지나가는 모습에 자꾸만 그 캐릭터가 겹쳐보이니 어릴 적 아기같이 귀여워 담요와 함께 꼭 안아주고만 싶어졌다. 이번 주말에는 온 가족 함께 피너츠를 오랜만에 다시 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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