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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의 기본 소양

by 맘씨 posted Jan 30,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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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음식 중 특히 고기를 좋아한다. 고기만 양껏 준비된다면 굽거나 볶거나 삶거나 국찌개 끓이면 되니 음식 만들기가 무난하게 쉬운 것도 같다. 그래서 식탁에 자주 올라가는 음식이 고기반찬, 고기가 메인이 되는 요리다. 

덕분에 집 냉장고에는 소 닭 돼지 오리까지 일정량의 고기들이 소분되어 늘 냉동되어 있다. 해먹는 것이 중대사인지라 머릿속으로 일주일의 식단을 바삐 굴리며 냉동실에서 냉장실, 실온으로 고기를 옮기는 시기와 양을 신중히 계산한다. 아침부터 고기반찬은 좀 과할 수 있으나 저녁이나 주말에는 고기를 꼭 요리해 먹여야 엄마인 내 마음이 편해지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스무 살이 되어서야 제대로 돼지고기를 먹기 시작했다. 친정아빠가 돼지고기를 드시지 않았고 할머니 쪽 친가에서도 돼지고기 요리는 거의 올라오지 않았다. 집에서는 늘 소고기나 닭고기, 그리고 해물을 먹었다. 아빠가 제일 좋아하시던 건 등심 스테이크와 엄마표 닭다리요리, 소금구이 새우, 랍스타였다. 참 유년기에 많이도 먹은 요리들이다. 

뒤늦게 먹기 시작한 돼지고기. 돼지찌개도 수육도 제육볶음도 삼겹살구이도 너무 맛있어 깜짝 놀랐던 기억이 난다. 특히 대학 내내 친구들과 통삼겹을 얼마나 사먹었는지, 내 용돈의 참 많은 부분이 돼지고기 외식에 사용됐을 거다. 그 땐 지금처럼 삼겹살이 값비싸진 않았으니 다행이다. 이래저래 늦게 배운 돼지고기 맛이 무섭다. 

여전히 돼지를 포함한 고기류를 좋아하긴 한다. 남편이 대구와 김천에서 근무할 때엔 대구막창에 푹 빠져 주말에 만날 때마다 막창 타령을 했었고, 양꼬치와 양갈비에도 어느 해 갑자기 꽂혀 두 주 걸러 먹으러 가기도 했다. 고기를 그다지 많이 먹지 않는 남편은 고기에 무한 식욕을 뽐내는 내가 간혹 이해되지 않는 모양이었지만 늘 순순히 함께 따라나서 주었고 언제나 내가 두 배 가까이를 먹는 모양새로 마무리가 되었더랬다. 

그러던 내가 이젠 고기를 아주 많이는 못 먹겠다. 그 좋아하던 막창은 입에 대지 않은지 5년이 되어가고, 삼겹살 외식도 안해본지가 1년이 넘어간다. 열광하던 양꼬치 먹으러도 언제 갔었나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이상하게 언제부턴가 땡기거나 끌리지가 않았고 밖에서 고기를 사먹는 빈도도 양도 확연히 줄어들었다. 

간혹 점심으로 사먹게 되는 돼지고기 김치찌개나 돼지국밥, 순댓국, 보쌈 및 제육, 두루치기 등의 음식에서 특유의 고기 누린내가 날 때가 있다. 예전이면 맛있게 먹었을텐데 요새는 입에 대기가 힘들어질 정도이니 내 미각이 조금 까탈해졌나, 예민해졌나.. 싶기도 하다. 덕분에 내게 꼭 맞는 입맛의 음식점들을 엄선해 놓고 그 곳들만 가는 효율을 발휘하고는 있지만. 

어쨌든 고기는 어린이들이 성장중인 우리 집 식탁에는 꾸준히 열심히 올라와야 한다. 와중에 요리사인 내가 고기 냄새에 민감해지고 말았으니, 특히 그 점에 가장 신경을 쓴다, 나도 다같이 맛있게 먹어야 하니까.. 부디 아이들의 고기 입맛이 건강히 잘 자리잡아서 단백질 쑥쑥, 좋은 지방 듬뿍으로 성장에 피와 살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

제목을 이리 써두고서 계속 딴 글로 새버렸다. 지난 주말 저녁, 남편표 소 살치살 스테이크와 양 다리 구이가 아주 일품이었다. 남편은 고기를 많이는 안 먹으나 정말 맛있게 참 잘 굽는데, 지난 주에는 특히 더 맛있고 정성스레 시즈닝 밑간을 해 고기를 구워주었다. 겉바 속촉 육즙 가득히 구워낸 소, 양 두 종류의 고기. 소스와 샐러드를 곁들여 먹으니 세상 부럽지가 않았던 날.

평소보다 유난히 왕성한 식욕으로 스테이크 한 덩이와 양 다리 세 개를 뚝딱하던 아들. 

식후 만면에 미소를 띄우며 남겼던 말.

"이것이 바로 고기의 기본 소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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