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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가지 떡국

by 맘씨 posted Feb 24,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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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에는 떡국 귀신이 산다. 바로 딸내미다. 유아 때부터 친할머니가 해주시던 떡국을 그렇게나 잘 먹더니, 초등학생인 지금도 가장 좋아하는 음식 일순위로 떡국을 꼽는다.

나에게 떡국이란 결혼 전까지도 설날에 먹는 한 그릇 음식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떡국떡을 사도 냉동실에 넣어두고는 떡볶이를 해 먹거나 닭갈비, 부대찌개, 라면 등에 한 줌씩 넣어먹는 용도로 주로 사용했다. 이런 떡국떡이 제대로 된 떡국으로 요리되어 식탁에 올라오게 된 건 둘째가 태어나 커가면서부터다. 딸은 달에 두세 번은 꼭 떡국을 먹어줘야 한다. 덩달아 나도 떡국 끓이는 데에는 꽤나 익숙해졌다.

그리하여 우리집 냉동실 한 켠을 늘상 묵직하게 차지하는 떡국떡 2kg들. 때마침 요 며칠은 민족의 명절, 구정 설 연휴다. 2021년 새해 첫 아침에 떡국을 해먹었고, 이후에도 한두 번 떡국을 먹었지만, 설에 우리 가족 떡국을 안해먹을 수는 없다. 

그렇지만 늘 같은 레시피, 비슷한 맛으로만 끓여내면 쉽게 질리는 게 사람 입맛이지 않을까. 떡국 귀신에게야 어떻게 내어드려도 맛있다며 만사 오케이지만, 다른 식구들에겐 약간의 변주와 변화를 가미하면 더 맛나게들 잡술 것 같으니 말이다.

그래서 이번 설에 해먹었던, 세 가지 버전의 떡국을 기록차 정리해보기로 한다.

첫 번째 떡국 : 사골육수에 끓여낸 떡국. 줄여서 사골떡국이다. 이 떡국은 사골국물이 맛내기의 포인트다. 

한나절 찬물에서 핏물을 뺀 사골과 잡뼈, 사태를 들통에 잠기게 물을 붓고 끓인다. 첫 삶은 물은 버리고 다시 씻어 끓인다. 사태를 먼저 건져 썰고, 사골과 잡뼈는 2시간쯤 더 끓인다. 국물이 우러나면 걸러서 베란다에 두고 식혀 기름을 걷어내 2차 삶는다. 다시 기름을 완전히 걷어내고 국물을 소분해 냉동하면 사골국물 완성이다.

요새는 시판 사골국물이 다양한 종류로 나와있어, 이렇게 힘든 수고를 하지 않아도 된다. 아무래도 정성이 더 들어가는 것이 영양도 맛도 좋겠지만. 이 사골국물을 나는 3봉지, 종이컵 분량 10~11컵 정도 냄비에 넣고 끓여준다. 그 사이 달걀 2개를 흰자 노른자 분리해 익혀 달걀지단을 만들고, 조미김을 지단의 크기대로 한 움큼 잘라둔다. 

떡국떡의 경우, 나는 반나절 정도를 찬물에 불려둔다. 시판 떡은 오래 불릴 필요가 없으며 요리 직전에만 잠시 물에 담가두거나 찬물에 씻어주는 경우도 많단다. 하지만 나도 딸도 입에 넣으면 사라질 듯한 매우 보드라운 떡국을 좋아하기에, 꼭 미리 불려놓는다. 이렇게 불린 떡국떡, 밥공기 세 개에 가득 담긴 양이 우리 식구 4인분이다. 여기에 냉동만두를 식구들 원하는 개수대로 넣어주는데, 대부분 2개를 원하므로 8개쯤이 사용된다. 

팔팔 끓는 사골육수에 떡국떡과 만두를 넣고 부르르 끓어올라 떠오를 때까지 익힌다. 중간에 대파 얇게 저민 것을 반 줌 넣는다. 국물 간은 소금과 다진마늘로만 주로 하는데, 국간장을 반 숟갈 정도 넣어주기도 한다(물론 그러면 국물 색이 아무래도 좀 어두워진다). 다 익으면 속 깊은 그릇에 떡국을 소복하게 담고, 달걀지단과 김고명을 차곡이 올린 후 후추를 톡톡 뿌려준다.

사골떡국은 뽀얀 사골국물에 보드라운 떡만두가 짝꿍처럼 잘 어울린다. 아들이 특히 좋아하는, 귀하게 한 상 대접받는 기분의 떡국이다. 달걀지단과 김고명이 화룡점정이며, 먹을수록 고소하고 녹진한, 그야말로 정석의 맛이다. 

두 번째 떡국 : 황태국물과 황태채가 어우러진 떡국. 줄여서 황태떡국이다. 이 떡국은 잔잔히 볶은 황태채와 그에서 우러난 국물이 깊은 맛을 낸다. 

20분쯤 넉넉히 찬물에 불린 황태채를 물기없게 꼭 짜서 들기름에 몇 분간 볶는다. 참기름보다는 들기름이 아무래도 낫다. 황태의 구수한 냄새가 온 집에 퍼질 때쯤, 다진마늘을 넉넉히 한 스푼 반 넣어 좀 더 볶아준다. 이후에 황태 불린 물 10컵을 그대로 와르르 붓는다. 그 사이 달걀 3개를 깨어 젓가락으로 살살 풀고 대파 반 단을 썰어 둔다. 

국물이 보글보글 끓으면 불린 떡과 냉동만두를 양껏 넣고 3-4분 정도 바르르하게 익힌다. 준비한 달걀물과 대파를 냄비에 돌려주듯 휙 넣고 국간장 2스푼과 액젓 약간, 후추 톡톡으로 간한다. 황태떡국을 각자의 그릇에 담은 후 잘 부순 조미김가루나 김자반을 소복하게 올려주면 황태떡국 완성. 

황태떡국은 투박하지만 깊고 구수한 맛에, 국물까지 더없이 시원해 남편의 최애 떡국이다. 다진마늘을 넉넉히 넣어야 하고, 주로 국간장으로 간을 해야 이 떡국에 잘 맞는다. 예쁜 고명도 고기도 없지만, 잘잘이 쫄깃하게 씹히는 황태의 식감이 떡국의 맛을 몇 배나 풍성하게 해준다. 무심한 듯 풀어진 달걀과 파도 후루룩 보드랍게 넘어간다.

세 번째 떡국 : 맹물에 끓이는 경상도식 꾸미 떡국. 우리는 줄여서 꾸미떡국이라고 한다. 경북에서 이렇게 많이 해먹고, 돌아가신 어머님도 이 방식으로 많이 만들어 주셨다. 다채로운 꾸미(고명)에 신경을 써서 맑은 국물에 깔끔하게 먹는 떡국이다. 

국거리용 소고기 200g을 잘게 썬 후 간장 반스푼 소금 반스푼 맛술 한스푼 다진마늘 반스푼 후추 조금으로 조물조물 간한다. 고기 간을 몇 십분이라도 미리 해두면 아무래도 맛이 더 깊게 밴다. 팬을 달구다가 소고기를 넣고 물기가 없게 잘 볶아준다. 

두부는 반 모를 으깨서 칼로 다진다. 다진 두부를 팬에 넣어 물 세 숟갈 넣고 소금 몇 꼬집 살짝 뿌려 살짝만 촉촉하게 볶아준다. 지단은 사골떡국 때처럼 달걀 2개를 흰자 노른자 분리하여 소금 약간 넣고 만들어둔다. 마른김(없으면 조미김)도 지단 크기로 곱게 채썰어둔다. 

냄비에 맹물 10컵을 붓고 국간장 2큰술과 소금으로 간한다. 팔팔 끓으면 떡을 넣고 전체적으로 떠오를 때까지 익혀준다. 꾸미떡국에만은 만두를 안 넣는다. 간을 보고 싱거우면 국간장과 소금을 조금 추가한다. 그릇에 떡과 국물을 담고 소고기고명, 두부고명, 달걀지단, 김고명을 중간에 원을 나눠 그리듯 돌려가며 올린다. 

이 꾸미떡국에는 특히 둘째가 엄지를 치켜든다. 사뭇 밍밍한 국물이지만, 풍성한 고명들과 잘 섞어 떡과 함께 입 안에 넣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고기의 깊고 쫄깃한 맛, 두부의 부드럽고 고소한 맛, 달걀지단과 김고명의 감칠맛까지 한 데 섞여 입 속에서 대반전이 일어난다. 

이렇게가 세 가지의 우리 집 떡국이다. 그렇다면 내 원픽 떡국은? 아쉽게도 나는 하나만 고를 수가 없다, 다 맛있어서.. 아무래도 딸처럼 나도 떡국 귀신이 되려나 보다. 내일 아침에는 식탁 위로 또 어떤 떡국을 끓여낼까. 불려둘 한 움큼의 떡국떡을 생각하며 내 마음이 마냥 행복해진다.

어느 집이나 그만의 맛난 떡국 레시피가 있겠다. 여럿이 함께 나누는 뜨듯한 떡국 한 그릇. 명절의 덕담이며 가족의 정, 끼니의 풍성함까지 모두 담겨 화목하게 어우러질 것 같다. 힘든 시기이지만, 떡국처럼 넉넉한 마음으로 이번 설도 편안히 잘 지나갔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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