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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손으로 유치뽑기

by 맘씨 posted Feb 24,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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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부모님이 아이 유치를 뽑아주는 경우가 많이 있다. 요새는 어린이 전문 치과도 많아져 확연히 줄었지만 예전에는 특히 그랬다. 내 유치도 어릴 적 아빠 엄마가 모두 발치해 주셨다. 주로 실과 거즈, 작은 펜치가 사용되었던 것 같다. 이빨을 뽑으러 치과에 간 기억은 거의 없었다. 이를 뽑고 나면 지붕 위로 던지거나, 남몰래 책상 서랍에 모아두거나 했다. 

실묶음이나 펜치에 이빨을 잘 고정하고 살살 흔들다가 일순간 강하게 톡 빼주시던 아빠. 눈 꼭 감고 바들바들 떨면서 긴장하고 앉았던 어린 나. 늘 뽑히고 나면 생각보다 덜 아프고 시원하기까지 해서 금세 컨디션을 회복하고 여기저기 뛰어다녔다. 부모님이 예쁘게 이를 잘 뽑아주신 덕분인지 내 치아는 감사하게도 고르고 매우 건강한 편이다. 

그런데 우리 집, 만으로 13살 12살인 아이들. 이제껏 자기들 유치, 그러니까 흔들리는 젖니를 여러 개나 스스로 뽑았다면 믿어질까. 아랫니 10개와 윗니 10개 중 큰애는 13개를, 작은애는(아직 유치가 몇 개 남았지만) 6개를 제 손으로 빼 뽑아냈다. 

처음 아이의 이빨이 흔들릴 때는 나도 경험이 없는지라 불안하고 무서웠다. 그래서 동네 치과도 데려가고, 어린이 치아 관련 정보도 많이 찾아보았다. 그러면서 유치와 영구치에 대해서 공부도 하고, 아이들에게 차근차근 설명도 많이 해주며 서로의 두려움을 줄여갔다. 그 와중에 내가 아이들 앞니와 송곳니 유치 몇 개씩을 집게와 거즈를 이용해 직접 발치하는데 성공했고, 자신감이 좀 붙었다. 유치 빼러 치과에 매번 굳이 가지 않아도 되겠구나, 하는 이유없는 자신감이다. 

아이들은 대개 만 6세가 되면 영구치가 나기 시작하고 턱이 자라면서 영구치가 나올 수 있는 공간이 생긴다. 서서히 유치 뿌리가 흡수되고 영구치가 나올 준비를 하는 때가 7-8세로, 이때 유치가 흔들리면 아이들은 처음 대부분 공포감을 느낄 수가 있단다. 이 때에는 무조건 이를 빼야 한다고 말하기보다는, 어른 치아가 나온다는 점을 강조하면 두려움을 줄일 수 있다고 한다. 

그렇게 나도 어른 치아, 영구치가 나오기 위해 유치가 흔들리는 것이라고 교육했더랬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큰애가 본인의 젖니를 직접 빼서 보여주기 시작하는 것이다. 흔들리는 이빨을 이리 만지고 저리 만지며 식구들에게 온갖 이야기를 건네던 아이는 저녁나절 잠들기 전 제 손으로 톡 뽑아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아빠엄마에게 가져다주곤 했다.

"아빠엄마 나 엄청 흔들리던 이빨 있잖아 그거 뽑았어! 살살 흔들다가 픽 빼니까 뽑아졌어. 신기해~"

처음에는 아이의 서툰 손에 치열이 삐뚤빼뚤되진 않을까, 혼자 뽑다가 사고나거나 잘못 뽑거나 출혈이 심해지지는 않을까 온갖 걱정이 많았다. 부랴부랴 다음날 어린이 치과에 데려가기도 했다. 염려되는 마음에 아버님께도 말씀드리니 건네오시는 말.

"괜찮을 거다. 제 아빠도 자기 이빨을 그렇게 혼자 많이 뽑았다. "

어린이 이빨은 부모님이 빼주거나, 요즘같이 잘 되어있는 치과에서 안전하게 빼는 것이라고 믿었던 나. 아이와 남편의 어릴 적 자가 발치는 다소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나는 내 손에 박힌 가시 하나도 못 빼서 남에게 부탁을 해야하는 사람이다. 그런데 이 신기한 부자 부녀는 자기 이빨도 자기가 뽑고 앉았다니. 

치과에서는 어린이가 임의로 자기 이를 뽑았을 경우 칭찬이나 방치 대신 주의를 주라고 한다. 유치와 영구치 구별이 생각보다 쉽지 않을뿐더러 오인발치의 위험이 있기 때문이란다. 때문에 나도 여러 번 주의를 했지만 아이의 제 이빨 뽑기 이벤트는 몇 달 걸러 계속 진행되었다. 자기가 뽑아 신나서 보여주고, 엄마는 또 놀라서 한참 입을 들여다보다가 다음 날 어린이치과에 데려가고의 반복이었다.

다행히 큰애의 유치는 문제없이 모두 잘 뽑혔고 그 자리에는 영구치가 가지런히 고르게 자리잡아 있다. 충치도 아직 없고 건강한 치아 상태인 듯하다. 유치가 아직 덜 빠진 작은애도 오빠따라 몇 개 자가발치한 젖니 이후 영구치에는 문제가 없어 보이니 다행이다. 물론 아이들의 올바른 양치 습관 및 자주 들러 상태를 확인하던 동네 치과 선생님의 세심한 케어가 뒷받침이 되었겠지만 말이다.

사실 어젯밤, 둘째가 유치 하나를 집에서 스스로 뺐다. 11~12세에 빠진다는 하악의 제2소구치다. 아이 손에 들려온 뽑힌 젖니를 바라보며, 한동안 잊고 지냈던, 아이들의 여럿 자가발치와 수많던 치과 방문에 대한 그간의 기억이 우수수 밀려왔다. 

"다음번 흔들리는 유치는 그냥 집 앞에 치과가서 빼자. 알았지? 고생많았어 딸." 

직접 뽑은 잇자리가 시원한지 딸의 표정이 밝다. 앞으로 뺄 유치는 요거 요거라며 신나서 설명도 해준다. 맞장구치고 다독여주며 이런저런 생각을 해본다. 아이들 낳아 기르고 키우는 중요한 이벤트가 20개의 젖니 뽑아주기라면, 울 애들은 절반 이상 알아서들 해낸 셈이다. 벌써부터 아쉬우면서도 신기하고 묘하고, 암튼 이루 말할 수 없는 기분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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