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했더래~?

by 맘씨 posted Mar 23,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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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들이 가끔 쓰는 특이한 말버릇이 있다. 글에 남겨두고 싶어져 몇 자 적기로 한다.

아이들은 유아 때부터인 몇 년 전 어느 순간부터, 집에서 건네오던 문장의 어미를 독특하게 말하곤 했다. 하원 하교 후나 친구들과 놀다 와서, 혹은 어떤 일을 한 뒤 지난 상황과 인물, 분위기를 전달하고자 할 때 종종 사용하던 말.

"... 했더래~?"

예를 들면 이렇다.

"엄마, 내가 축구장에 갔는데 말야. 코치 선생님이 둘 계신거야. 그래서 형아들한테 물어봤는데, 원래 두 명이라고 했더래~?"

"아빠, 오늘 급식에 오징어국 나왔는데, 난 너무 맛있었거든. 근데 내 친구들 몇 명은 맛이 별로 없다 했더래~?"

이외에도 수많은 했더래가 있지만 예시는 이쯤 해 둔다. 나도 남편도 안 쓰는 단어라 처음 들을 때 마냥 신기방기했고 도대체 어디서 배워온 것인가 희한했다.

얼핏 "하더라", "했더라", "했다고 한다" , "했더란다" 의 준말 같다. 혹은 "했다네" 의 사투리스러운 표현인지도 모르겠다. 여하튼 들을 때마다 독특한 특유의 울림이 있다. 아이들이 이 말을 할 때마다 끝을 살짝 높여 발랄하게 마무리하는 뽐새 덕분인지도 모른다. 파도타기를 하듯 느낌있게, 끝말 "래"를 살짝 길게 빼며 올려주는 말, 했더래~? 다.

듣기에 재미져서 나 역시 맞장구를 자주 쳐 주곤 했다. 그랬더래~? 그게 그렇게 됐더래~? 하며 추임새를 놓기도 여러번이었다. 오고가는 대화가 어디 무슨 판소리 추임새 얼쑤 주고받는 것 같기도 해서 서로 킥킥 깔깔대며 웃은 적도 많다. 우리 말은 알 수록 오묘하고, 할 수록 무궁무진한 그 변주가 끝도 없는 것 같다. 우리 말 만세다.

그래서 나는 아이들의 했더래를 좋아한다. 표준어가 아니고 국어책이나 사전에 안 나오는 말이면 또 어떤가. 집에서 우리끼리 단란하게 통하고 서로 재미나면 그만인 것을. 그 말 덕분에 모든 가족이 함박 웃으며 즐거웠다. 나는 그 했더래를 우리 집만의 특색있고 정감있는 집사투리로 삼기로 마음먹었다.

물론 점차 아이들도 청소년기가 되며 나이가 들고, 받고있는 정규교육의 엄격함이 더해지는 중이다. 예전만큼의 했더래는 듣기가 아무래도 조금 힘들어졌다. 구사하는 각종 언어는 흡사 어른의 그것이다. 어린애다움은 점차 희미해져 간다. 당연한 건데도 사뭇 아쉬운 마음이 든다.

그러던 중 오늘 오랜만에 딸내미가 했더래 화법으로 나를 웃게 해주었다. 곁에 다가와 속사포같이 종알대는 초등학생 딸의 말을 들으니 마냥 귀엽고 웃음이 났다. 어린 자식을 마주보는 엄마가 다 그렇겠지만서도.

"엄마, 그거 알아? 내가 좋아하는 그 연예인 있잖아. 나 완전 깜짝 놀랐는데 말이야. 그 사람이 옛날에 학교에서 무슨무슨 동아리를 했더래~? "

이제는 아이들 신났을 때만 들을 수 있는 우리 집 사투리, 그 독특한 했더래~? 가, 나를 종종 미소짓게 하고 우리 집에 웃음을 안겨주는, 그런 소소함이 되길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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