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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곤증

by 맘씨 posted Mar 23,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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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라 그런지 시도때도 없이 졸립다. 나는 원래 잠이 많은 편인데, 요새는 점심 먹고 나서, 혹은 운동을 하고 나서 특히 더 졸음이 쏟아진다.

첫애를 봄에 낳았다. 꽃망울이 경쟁하듯 흐드러지게 피어나던 때였다. 밥을 먹고 수유를 끝내면 어찌나 졸음이 오던지, 나도 모르게 쓰러지듯 잠에 빠진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내 춘곤증은 그 때부터 중증이 되었나.

얼마 전 남편이 건강검진으로 수면내시경을 하게 되어 한낮에 병원으로 마중을 갔다. 검진 병원은 집과 거리가 좀 되는 곳이었는데 가는 길 내내 주변에는 봄기운이 가득했다. 봄은 역시 봄이다. 은은한 봄바람에, 날이 얼마나 따뜻하던지 기분이 무척 설렜다. 도착해 원무과 앞에 앉아있는데, 아까까지도 봄을 만끽하던 기분은 어디가고 어찌나 잠이 쏟아져 오는지 나도 모르게 꾸벅꾸벅 졸고 말았다.

머리를 떨구고 잠에 빠진 나를 검진을 모두 끝내고 나온 남편이 살살 흔들어 깨웠다. 보호자 신분으로 마중나와놓고는 계속 수면 모드였던 거다. 난생 처음의 수면내시경 경험으로 살짝 어질어질한 기분이라는 남편과, 잠깐 깊게 빠져있던 낮잠에서 퍼뜩 깬 아내. 정도는 다르지만 둘 다 뭔가 꿈을 꾼 듯하게 멍한 상태로 병원 문을 나섰다.

기왕 둘이 멀리 나온 거, 봄날의 데이트를 나누며 맛있는 것도 먹고 하면 좋을 것이었다. 병원 근처의 맛집도 몇 군데 염두에 두고 마중을 갔더랬다. 하지만 남편이 저녁까지 몇 시간 금식 지시였던데다 몸 상태가 완전하진 않아보였다. 깔끔하게 단념을 하고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오는 길 역시 여전한 한낮이었고 햇볕도 공기도 따스했으니 봄날의 시내 드라이브 한 셈으로 치기로 한다.

집에 돌아와 씻고 베란다 창문을 열었다. 봄의 냄새가 동네에서도 난다. 멀리 보이는 아이 학교에는 백목련과 복숭아꽃이 환하게 피어있다. 산수유는 곳곳에 많이도 피어났다. 곧 벚꽃도 개화해 망울을 터뜨릴 준비를 하겠다. 코로나 상황이 이런지라 꽃놀이를 맘껏 즐기기는 어렵겠어도, 주변에 보이는 꽃나무와 꽃들은 하나도 놓치지 않고 눈에 잘 담아놓을 작정이다.

남편이 괜찮나 가보니 금세 낮잠에 빠져 있다. 잠이 많지 않은 사람인데, 반나절 검진과 수면내시경의 위력이 있긴 한가보다. 나도 같이 옆에 웅크리고 누워 몇 자 적고 있으려니 또 솔솔 졸음이 밀려오기 시작한다. 조금 먼 길 운동해 다녀왔다고, 내 몸이 또 이렇게 춘곤증의 신호를 보낸다. 잠깐만 또 자고 일어나야겠다.

봄은 아름답고 청초한 계절이지만, 왜인지 자꾸 나를 잠으로 빠져들게 한다. 만물이 소생하고 깨어나는 시작의 계절인데, 그 봄을 만끽하는 나는 시도때도 없이 마냥 졸립다. 내 이 춘곤증을 어찌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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