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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편빚기

by 맘씨 posted Oct 01,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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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날 온 가족이 송편을 빚었다. 송편을 직접 만드는 건 몇 년 만인 듯 하다. 연휴 전 미리 장 보아둔 멥쌀가루와 볶은깨를 준비해둔다. 하룻밤 불린 서리태콩을 15분간 팔팔 삶아 건진다. 집에 있는 고운 소금, 꿀, 설탕을 식탁에 차례로 놓아둔다. 쌀가루를 유리볼에 붓고 설탕과 소금을 조금 섞어서 뜨거운 물을 조금씩 넣어가며 반죽한다. 

둘째가 어디 요리 유튜브에서 감명깊게 봤는지, 딸기가루와 커피가루도 넣어 반죽한 송편도 만들자고 제안한다. 오케이 접수. 반죽들 중 두 덩이는 연한 딸기색 반죽과 은은한 커피색 반죽으로 탈바꿈된다. 잘 삶아진 서리태를 대접에 붓고 볶은깨에 꿀과 물, 소금간을 해 착착 비벼두니 송편의 콩소와 깨소도 그럴듯하게 완성된다.

네 덩이의 둥글 큼직한 반죽들에 젖은 면보를 덮어주어 휴지를 시킨다. 이제 온 가족 둘러앉아 송편을 빚어낼 시간. 손을 깨끗이 씻고 18g에 얼추 맞게 반죽을 떼어낸다. 동그랗게 말다가 손바닥으로 꾹 눌러 넓적하고 얇게 편 후 콩소, 깨소를 취향껏 넣어 여민다. 나는 콩만 세 알 넣는 것이 좋은데, 다른 식구들은 콩과 깨를 같이 잘 넣는 모양새다. 소가 든 반죽을 동그랗게 굴린 후 예쁘게 모양을 잡아주면 송편 빚기 끝. 

솔잎은 못 구했지만 이대로 쪄보기로 한다. 냄비 위에 찜기를 놓고 면보를 깐 후 송편을 하나씩 올려준다. 손이 야무진 둘째의 송편이 제일 그럴싸하고, 첫째의 송편은 흡사 동글동글 경단처럼 보인다. 남편이 만든 대여섯 개는 큼직한 반달 모양, 내 것들은 왜인지 작은 만두처럼 보인다. 오랜만에 빚어보니 재미는 있는데 의외로 예쁘게 모양내기가 어렵다. 

이제 20분간 찌고, 김이 솔솔 나면 불을 끄고 뚜껑을 열어 잠시 그대로 둔다. 부풀었던 송편들이 조금 가라앉으면 찬 물을 휘휘 둘러주며 한김 식힌다. 이후 종지에 포도씨유와 참기름을 2:1로 섞고 송편들 하나하나에 고루 묻혀 발라준다. 예쁘게 접시에 담아서 식구들 하나 둘씩 집어먹으니 따뜻하고, 쫄깃을 넘은 쫠깃짤깃한 그 떡 맛에 모두 절로 웃음이 난다. 

우리 네 식구만 송편을 해먹은 건 처음이다. 울 할머니가 정정하실 적까진 항상 한가위에 송편을 직접 만들어 주셨었다. 할머니 송편엔찜기에 풍성히 들어가던 솔잎향이 가득해서 좋았고, 얇은 피에 밤소, 콩소, 꿀깨소가 담뿍 들어가서 꽉 찬 그런 맛이었다. 항상 넉넉하게 많이 만드셔서 명절이 다 갈때까지도 할머니표 식혜 수정과와 함께 계속 식탁 위에 오르던, 옛 기억의 할머니 송편. 

이제는 요양병원에 계신 할머니, 할머니 송편을 이제 더 먹을 일은 없겠다는 생각에 마음 한 켠이 서운하고 슬퍼진다. 언제나처럼 할머니와 할머니의 음식들, 직접 빚어주시는 송편은 명절마다 늘 존재할 줄만 알았는데.. 할머니를 못 뵙는 아쉬운 추석이지만, 우리 식구가 직접 만들어 먹은 오늘의 송편빚기도 의미있고 뜻깊은 가족 추억 하나를 만들어 준 듯하다.

추석날인 오늘 오후, 송편빚기 참 잘한 일인 것 같다, 하며 울 식구 서로 자화자찬을 해가며, 쫀득한 흰 송편, 쫄깃 상큼한 분홍 송편, 구수 은은한 갈색 송편을 하나씩 포크에 찍어 집어먹는다. 집콕 한가위지만 소박하고 단란한 명절의 기분이 난다. 더도말고 덜도말고 언제나 한가위만 같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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